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최근 부당노동행위 사과 요구, 사회적 합의 불이행을 규탄하며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의 임종린 지회장은 단식농성을 벌였다. 약 53일 간 진행한 단식농성은 지회장의 건강악화를 걱정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만류로 중단됐다.

단식을 중단하며 임종린 지회장은 “살아서 더 큰 싸움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파리바게뜨는 에스피씨(SPC)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이다.

에스피씨에는 파리바게뜨 외에도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빚은, 삼립 등 여러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번화가의 거리를 걸으면 5분에 하나씩은 에스피씨 계열사를 만나게 될 정도로 우리나라 식음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에스피씨는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정도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2017년부터 문제는 불거졌다. 빵과 음료를 만드는 사람들을 불법으로 고용해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았고,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18년 1월 파리바게뜨 지회와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가맹점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맺었다.

불법 고용했던 이들은 자회사로 입사하게 해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급여 수준을 본사와 맞추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이 사회적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8일 저녁 7시, 에스피씨그룹 본사 앞에서는 ‘파리바게뜨 문제해결을 위한 2차 시민 촛불 문화제’가 진행됐다. 문화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이런 곳에 와 봤다는 한 시민은 파리바게뜨 문제를 알게 된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 ‘눈물로 만든 빵에 반대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사비로 스티커를 만들고 2천 명이 넘는 사람에게 보냈다.

트위터에서 ‘#빵빵맛있는 동네빵집응원챌린지’를 제안한 시민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라는 개별 회사의 문제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일하는 사람들이고, 우리 모두의 노동환경은 연결돼있고 서로의 기준이 되고 용기가 된다. 우리가 가는 거의 모든 곳에 에스피씨가 있고, 우리는 이걸 소비하는 환경에 살고 있기에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시민의 이야기가 마음 속 깊이 남는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싸움에 함께하는 모든 시민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내가 먹고 마시는 빵과 음료가 누군가의 눈물로, 부당한 대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길 바란다.

비단 에스피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상품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눈물이 담겨있다. 아니, 안전하게 일하지 못해 떠난 이름 모를 노동자들의 남은 생이 담겨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줄여 이윤을 최대화하는,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운영에 익숙해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행복하게 일할 권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할 권리가 지켜진다는 건 단순히 윤리나 도덕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당신의 일터에서 지켜지는 권리는 나의 일터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므로,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 된다.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농성은 마무리됐지만, 시민들의 더 큰 싸움이 남아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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