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과학이야기 46. 동물실험②

ㆍ국내 연구팀,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에게 인간 신경줄기세포 이식 뇌기능 회복 성공(2012.7.16. 머니투데이)
ㆍ줄기세포로 당뇨병 쥐 ‘완치’시켜(2012.6.28. 연합뉴스)
ㆍ금연백신 동물실험 성공 … ‘흡연 쾌감’ 차단(2012.6.28. 조선일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머지않아 알츠하이머나 당뇨병, 그리고 암 정도는 모조리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1950년대 발생한 이 사건은 아마도 동물실험 역사상 가장 큰 오명으로 기록돼있을 것이다. 임산부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약이 만들어졌다. 물론 3년간 동물 테스트를 시행한 후였다. 제약회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유례없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임이 증명됐다”며 이 약을 선전했다.

전 세계 46개국에 이 약이 팔려나갔다. 그리고 1956년부터 바로 그 46개국에서 기형아가 태어났다. 팔 다리 뼈가 없거나 극단적으로 짧아, 마치 바다표범과 비슷하다 해서 ‘해표지증’이라 불리는 기형이었다.

의심을 받은 것은 ‘탈리도마이드’라는 약. 과학자들은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기형 발생을 다양한 동물에게서 재현하려했다. 그 약으로 인해 기형아가 생겼음을 확실히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끼ㆍ생쥐ㆍ햄스터ㆍ고양이ㆍ돼지ㆍ멧돼지ㆍ족제비ㆍ닭ㆍ원숭이 등 다양한 종이 실험대상이 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탈리도마이드의 사용은 다시 허용됐다. 이후 계속된 실험에서, 결국 한 품종의 토끼가 병에 걸렸다. 인간 투여량의 25~300배를 주입해 겨우 얻어낸 결과였다. 또 원숭이 몇 마리가 기형 새끼를 출산했다.

이 원숭이에게는 정상 분량의 10배를 투여했다. 결국 탈리도마이드는 1962년이 돼서야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이미 1만여 명의 신생아가 똑같은 기형을 안고 태어난 후였다.

이번엔 반대 경우를 생각해보자. 단 1회 복용으로 고양이의 부신기능부전과 함께 죽음을 초래하는 약이 있다. 당신은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 약을 먹겠는가? 또 쥐에게 선천적 기형을 일으키며, 고양이에게 3일에 한 번 인간 1회 복용량의 20%만 투약해도 광범위한 혈압 이상이 나타나는 약을 선뜻 자녀에게 권하겠는가? 전자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고 후자는 ‘아스피린’이다.

한 종에게 치명적인 성분이 다른 종에게는 별 영향을 못 끼치는 사례는 물질의 수만큼이나 많다. 클로람페니콜이라는 항생제는 고양이가 복용하면 죽지만, 개는 이 약으로 건강을 회복한다. 또 소는 잘 견디지만 말은 견디지 못한다. 이 항생제를 먹고 자란 소는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지만, 이 소로 만든 햄버거를 사람이 먹을 경우 골수이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병에 걸릴 수 있다.

동물에 대한 치료 효과와 부작용 없음이 증명이 되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사용된다. 우리는 동물을 인간과 전혀 다른 종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흰 쥐나 개의 위장이 인간의 그것보다 작거나 약할 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하지만 개는 음식을 먹을 때 잘 씹지 않는다. 그러고도 웬만하면 탈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개의 위에서는 인간보다 몇 배나 강한 산성 물질이 분비돼 고깃덩어리도 소화할 수 있다. 그러니 위벽을 이루는 세포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물질교환 등 작용 원리가 인간과 비슷하거나 같을 리 없다. 물론 다른 부위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질병은 기관 자체가 아닌, 기관과 조직을 이루는 세포에서 발생한다. 같은 위장이라 해도 그것을 이루는 세포는 종마다 다르다. 그러니 해결방법도 다를 수밖에.

절반도 설명하지 못했는데 벌써 지면이 찼다. 여러분이 어떤 궁금증을 갖고 있는지, 어떤 혼란을 느끼는지 짐작이 된다. 동물이 인간을 위한 실험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부터 말하면, 개는 오직 개의 건강을 위한 실험에 사용돼야 한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무수히 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자.

* 참고도서ㆍ‘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레이 그릭ㆍ진 스윙스 그릭 지음 / 다른세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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