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어릴 적 기억 중 과수원 농사를 짓던 할머니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꾼들이 밥을 잘 먹고 잘 쉬어야 일도 잘하고 맛난 사과를 얻을 수 있단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지었고 엄청 맛있고 넉넉했다.

일꾼들은 점심을 먹은 후나 새참을 먹은 후에는 한 시간 이상을 푹 쉬고 난 후 일을 하게 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가 수확한 사과는 아주 맛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사회에는 우리 할머니처럼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방식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빼앗은 SPC그룹도 그 중 하나이다.

SPC그룹은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포켓몬빵을 만드는 삼립과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들으면 알만한 브랜드가 즐비하다. 대체적으로 먹거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회사인데 그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가 20여 일 넘게 밥을 굶고 있다.

파리바게트 노조 임종린 지회장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파리바게트 노조를 응원하는 집회도 열린다. 지난주 단식 19일 차였던 날, 동료들과 지지방문을 다녀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2017년 고용노동부는 SPC그룹 산하 파리바게트에서 제빵기사 5300여명의 불법파견이 이뤄지고 있음을 밝히고, 이들의 직접 고용과 미이행 시 사법 처리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밝힌 1차 과태료만 162억7000만원에 달하자 SPC그룹은 서둘러 불법파견 대상자인 제빵기사를 자회사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과태료를 면제받았고,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임금을 ‘3년 내 본사 소속 제빵기사’들의 임금과 동일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파리바게트 사회적 합의의 핵심내용이다.

제빵기사들은 불법파견과 체불임금을 해결하고 근무환경을 바꿔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시작했는데 회사는 사회적 합의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탈퇴서를 쓰게 종용하고, 쓰지 않으면 진급에서 배제하고 탈퇴서를 쓸 때까지 찾아오며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이에 파리바케트 노조 임종린 지회장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인 ‘노조탄압 중단과 약속이행을 위한 단식투쟁’을 시작했다고 했다.

정부는 현재 지자체 96곳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그런데 혹자는 남성친화도시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정책이 여성만을 위한 정책인양 말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란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을 포함한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돌봄과 안전이 구현되게 정책을 운영하는 도시를 말한다.

여기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사회적 약자가 편안하고 잘 살 수 있는 곳은 누구에게나 살기 좋은 곳이다. 그렇기에 여성친화도시는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가는 정책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지켜달라는 이 당연한 요구가 단식까지 강행하며 요구할 일인가?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고용자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라 여기며 경영자 친화적인 기업도 필요하며,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의 회사라면 당연히 고용자나 관리자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모두에게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될 것이다. 먹을거리를 만드는 기업, 사람의 끼니를 책임지는 기업에게 꼭 필요한 선제조건이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빵을 만드는 손과 마음에 정성이 담길 것이고, 맛있는 빵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 아닌가.

SPC그룹은 노동자의 권리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권리도 침해했다. 값이 비싸 31일이 있는 달에만 사서 먹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인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우리 가족은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은 먹을 수가 없다. 또 자주 사먹던 파리바케트 빵도 먹을 수가 없고 포켓몬빵도 살 수 없다. 빵을 만드는 기사가 한 달이 다 되게 밥을 굶고 있는데 그 아이스크림을, 빵을 목으로 넘길 수가 없어서다.

파리바케트의 노조가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는 그날을 꼭 보고 싶다. 그들이 승리하는 날 우리 가족은 그 회사 아이스크림과 빵을 사서 파티를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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