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성호 해수부 극지연구소 소장
“연구원 노력과 인프라로 한국 극지 연구 성장”
극지연구소, 세계 7번째로 남극 1740km ‘K루트’개척
인류 미래 대비 의약품, 극한 환경 적응 농작물 개발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극지는 기후위기의 영향이 가장 먼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보면, 2010~2019년 북극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 속도는 1992~1999년보다 6배 빨라졌다.

이렇게 빙하 유실 속도가 지속되면 2100년 세계 해수면 평균 높이가 최소 1.1m에서 최대 7m까지 높아진다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한국해양공단 '해수면상승 시뮬레이터'를 보면, 해수면 1.1m 상승 시 인천의 해안가 지역 14.96㎢가 침수된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극지연구소는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세계 7번째로 남극 내륙 진출로인 ‘K루트(코리안루트) 1740km를 개척하기도 했다.

<인천투데이>는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을 만나 극지연구소에 대해 들어봤다.

“연구원 노력과 인프라로 한국 극지 연구 짧은 기간 내 성장”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

극지연구소는 북극과 남극에서 기후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북극해는 세계 바다의 3.9%를 차지한다. 1406만㎢에 달하는 해수면이 평균 기온 영하 35~40도 싱태로 얼어있다.

남극대륙은 한반도의 140배(약 1420㎢)에 달하는 크기로로, 1819년 인류에게 알려진 미개척 대륙이다.

극지연구소는 남극과학기지 2개(세종과학기지, 장보고과학기지)와 북극과학기지 1개(다산과학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등 인프라를 갖추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성호 소장은 1987년부터 북극 35번, 남극 2번을 다녀올 정도로 평생을 극지와 해양 연구에 매진했다. 이런 경험이 있는 강 소장은 극지 연구에 있어 극지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우리가 극지에서 머물며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수다. 극지 연구는 영하 수십 도의 환경에서 장기간 진행되는데, 기지는 연구원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쇄빙연구선은 이동이 어려운 극지에서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이에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2026년까지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극지연구소가 진행 중인 연구 분야는 ▲기후변화에 의한 극지환경 감시와 원인 규명 ▲극지역 온난화가 초래하는 국가 사회문제 해결 ▲극지 연구 신성장 동력과 실용화 성과 창출(신기술 개발) ▲극지 미답지(과학영토) 개척과 탐사기술 개발 등이다.

강 소장은 “극지연구소는 자연과학을 연구하지만, 어느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다.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종합 연구기관이다”라며 “한국의 극지 연구 역사는 대략 30~40년이다.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구원의 노력과 극지 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 덕분이다”고 덧붙였다.

극지연구소, 세계 7번째로 남극 1740km ‘K루트’ 개척

극지연구소 K루트 탐사대.(사진제공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 K루트 탐사대.(사진제공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7번째로 남극 내륙 진출로 ‘K루트’ 1740km를 개척했다. 이는 극지연구소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한 탐사의 성과로, 오는 2023년까지 추가 육상길을 개척할 계획이다.

남극은 평균 해발고도가 2000m 이상으로, 세계 대륙 중 가장 높다. 특히, 사람이 남극 해안가에서 내륙으로 진입하려면 가파른 경사지를 지나야하는데, 빙하 등이 가로막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이에 한국이 K루트를 개척하기 전까지 남극 내륙 진출로를 확보한 국가는 6개에 불과했다.

한국이 남극에서 기지를 운영하고, 연구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 연구장비와 보급품 등을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육상길 확보가 필수이다.

극지연구소가 K루트를 개척하면서 남극에 새로운 한국 기지를 세우기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이로써 심부빙하 탐사, 천문관측 등 남극 내륙 기반 연구들이 가능해졌다.

강 소장은 “K루트 개척은 새로운 대륙기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같은 위험요소를 만날 수 있다”며 “K루트를 개척하는 데 대원들의 안전이 1순위이다. 때문에 GPS 추적 어플로 계속 이들과 소통했다”고 부연했다.

세상의 끝에서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 전경.
극지연구소 전경.

극지는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며, 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난다. 특히, 북극 해빙은 북극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으로 최근 40년간 빙하면적 40%가 줄면서 이상기후현상이 늘고 있다.

강 소장은 “극지는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와 해수면 상승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극단적인 기상현상도 극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며 "극지연구소는 북극의 고온현상이 북극과 중위도 간 대기 균형을 깨뜨려 한반도나 다른 중위도 국가에 미세먼지 증가, 서해안 해수면 침수 등 이상기후현상을 발생하게 만드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조절 기능을 상실한 극지는 지구 온도가 다시 내려가더라도 이전 기능을 그대로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우리보다 먼저 기후변화를 겪는 극지를 기후위기 ‘신호등’이라고 보고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호 소장.
강성호 소장.

아울러 극지연구소는 극지 생명체를 활용한 의약품을 연구하고, 남북 통일을 대비하며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한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농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강 소장은 “북측은 저온환경과 고산지대가 많다. 이에 혹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농작물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통일이 된다면 해양과 극지 등 기초과학 연구를 북측과 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또, 북극항로를 개발했을 때를 대비한 전초 연구로 저온물류 기술을 개발하면 과학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지연구소는 극지의 변화를 감시하고 연구해 한국을 비롯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과학 연구는 한 순간에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 극지연구소는 미래 극지연구를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앞으로도 국민과 인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