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8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 리스크 폭로 전을 일삼던 선거전은 급기야 수도권 교통공약 남발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가 많다지만 한국 정치권력을 번갈아가며 독점하는 두 보수정당의 정치후퇴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20대 대선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한 평화통일과 평등 실현, 복지와 경제민주화 실현 등 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아니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공화국 총통을 뽑는 선거인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약 남발이 부동산 욕망을 자극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공약과 수도권 대규모 주택공급이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을 버리고 서울 주변 등 경기도 안에 다 올라 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해와 영공, 영토는 한 나라가 주권을 행사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영토는 국민이 살고 있을 때, 즉 실효지배 하고 있을 때 실제 힘을 발휘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인구감소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인구 소멸지역이 되고 만다. 그런데 서울 집중을 가속화 한다.

인천만 하더라도 북측과 접경 지역에 해당하는 강화군과 옹진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때문에 인천시는 경기도 연천군 등과 함께 이들 접경지를 수도권정비계획법 상 수도권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수도권이긴 하지만 접경지역 규제에 문화재보호구역 규제, 군사보호구역 규제, 수도권정비계획 규제 등 각종 규제로 옹진군과 강화군은 3중 이상 규제라는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최소한 수정법에서 제외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발의돼 있다. 1월에 인천을 방문한 여야 주요 정당 대선후보도 강화군과 옹진군 등 수도권 접경지를 수정법에서 제외하는 데 한 뜻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충청북도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충청북도의회는 지난 26일 제39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법 개정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 개정안 철회 ▲분권·자치·균형발전 법률 제정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균형발전 정책 추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충북도의회만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엔 충청권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섰다. 같은 날 충청권 시민사회단체 4개로 구성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는 ‘10대 대선 의제 발표와 공약 채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고 수도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보수정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가 나란히 수도권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과 연장을 골자로 한 교통공약을 발표했다.

노선 1개당 최소 5~10조원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을 GTX-E와 F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들고 나왔다. 비수도권에 피눈물 맺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을 따르는 대통령과 정당, 국회의원 등은 모든 국민이 두루두루 고루고루 잘 살 수 있게,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눈앞에 닥친 대선과 표 구하기에만 눈이 멀어 부동산 욕망을 자극하며 수도권에서 매수행위를 자처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두 후보 모두 GTX-E·F 노선 신설을 약속했다. 정차역이 다르거나, 일부 구간을 공유하는 게 다를 뿐 대동소이하다.

현재 GTX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서부권광역급행철도(김포~부천)로 반영돼 있는 이른바 GTX-D까지 계획이 잡혔다.

여기다 이재명 후보는 인천국제공항~인천예술회관역~신천역~광명시흥~사당~건대입구~포천을 연결하는 GTX-E 노선을 신설한다고 약속했다. D노선도 사라진 인천공항~강남 구간을 부활하겠다고 했으며, GTX-F로 파주에서 여주를 연결한다. GTX-C 노선 북부 구간을 동두천까지 연장하고, 남부 구간은 평택까지 연장하고 금정~오이도 구간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GTX-E 노선으로 인천공항~청라국제도시~검암~김포공항~구리~남양주 등 수도권 북부 동서를 연결하겠다고 했다. 또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순환 광역철도로 GTX-F 노선을 제시하고, 고양~안산~복정~하남~의정부~고양을 잇는 것으로 계획했다.

고양(대곡)~안산(초지) 구간은 기존 서해선을 공용하고, 안산(초지)~복정 구간은 수인분당선을 공용한다. 복정~하남~의정부~고양(대곡) 구간은 신설이다. 이 노선은 김포공항역과 부천종합운동장역 등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렇게 두 후보가 수도권공화국을 키우겠다는 공약을 앞 다퉈 발표했다. 과연 우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선을 치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수도권공화국 총통을 뽑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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