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가해자 남기고 피해자 전보조치
'엉터리' 분리 사례 보도자료로 배포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 강화군이 성희롱 가해자는 군 본청 소속으로 남기고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전보 조치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강화군은 가해자 중심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조치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분리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이 분리조치 사례를 보도자료로 사용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강화군이 지난해 3월 26일 ‘강화군,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발 못 붙인다’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
강화군이 지난해 3월 26일 ‘강화군,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발 못 붙인다’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

ㆍ[관련기사] [단독] 강화군, 성희롱 가해자 남기고 피해자 전보조치 '파문'

강화군은 지난해 3월 26일 ‘강화군,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발 못 붙인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를 보면, ‘성희롱 고충처리상담실을 설치하고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등 피해를 입은 직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실제 지난 3월 초 군 성희롱 고충처리 상담실에 피해자 상담이 접수되자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했다. 또한, 고충상담과 고충심의위원회의 조사‧심의를 거쳐 가해자에 대해서는 징계절차 중에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나오는 ‘3월 초 분리조치 사례‘는 성희롱 가해자는 군청 소속으로 남기고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전보 조치한 사례로 제대로된 분리조치가 되지 않은 사례였다.

피해자는 제대로 분리조치가 되지 않아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군은 이 사례를 홍보자료로 사용한 셈이다. 강화군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인천투데이>가 받은 제보 내용을 정리하면, 피해자 A씨는 지난해 2월 같은 부서 상사 B씨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A씨는 B씨로부터 회식이 끝나고 차로 집에 데려다 달라는 요구받았다. A씨는 자신이 운전 중에 B씨가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당시 운전 중이어서 저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상황은 차량 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군 감사담당관실에 '성추행'을 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알렸다. 군은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조사‧심의를 거쳐 B씨가 A씨에게 한 행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군은 B씨에게 감봉 3개월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분리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군이 전보 조치한 대상은 가해자 B씨가 아닌 피해자 A씨였다. A씨는 분명 자신은 이곳에 남고 B씨를 전보해달라고 군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피해자인 A씨가 지난해 3월 다른 곳으로 발령 났다. 이로부터 4개월 뒤인 지난해 7월 군은 가해자 B씨를 다른 곳으로 발령냈고, A씨를 다시 군청 소속으로 불러들였다.

A씨와 B씨는 공직 내 소수직렬에 해당한다. A씨는 B씨와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해도 같은 군에 있는 한 업무상 만날 수밖에 없다며 분리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당 보도자료 속 나오는 게 A씨의 분리사례가 맞긴 하다. 분리 조치를 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면서도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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