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광학교 통학로 인도 설치 놓고 주민들 민원 제기해 ‘논란’

▲ 십정2동에 있는 인천혜광학교 진입로(통학로). 왼쪽에는 7월 1일 문을 열 공영주차장이 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ㆍ십정2동 소재)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인도 설치를 두고 인근 주민들이 ‘인도에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를 차도와 같은 높이로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평구 교통행정과는 지난 7일 오후 시각장애인 생활시설인 인천광명원 2층에서 ‘혜광학교 통학로 인도 설치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통학로 인근 상가와 빌라 주민, 혜광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김계환 교통행정과장은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 진즉에 진행했어야하는데, 주민 민원 때문에 늦춰졌다”며 “올해 안에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 설치는 혜광학교뿐 아니라 모든 학교의 통학로에 설치하는 사업 중 하나”라며 “교통약자를 위한 통학로인 인도에 차량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통학로 인근 주민 96명은 ‘인도가 생기면 이삿짐 차량들이 드나들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인도의 경계가 없도록 차도와 같은 높이로 인도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공청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인도를 설치하면 도로가 더 좁아져 빌라에서 나오는 주민들이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더 날 것”이라며 “혜광학교보다 주민들이 먼저 살고 있었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하는 것 아닌가. 왜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청회 도중 일부 주민들은 “도로가 좁아져 집값이 떨어지면 혜광학교가 책임질 건가. 그럼 혜광학교가 우리 빌라를 다 구입해라. 공청회한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할 거 뭐 하러 오라 했는가”라며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다.

▲ 지난 7일 열린 혜광학교 통학로 인도 설치 공청회에서 김계환 부평구 교통행정과장이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계환 과장은 “주민들의 민원은 결국 인도에 차량이 들어가게 해달라는 건데,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 주민들이 공영주차장 설치 후 인도를 설치하라는 민원을 제기해 사업이 1년이나 지연됐는데,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나니 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민원 제기 때처럼 공사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면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는 폭 8m의 혜광학교 진입로(통학로) 중 제일고등학교 담벼락 아래 주차공간을 폐지하고 폭 1.8mㆍ길이 110m의 인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펜스와 유도ㆍ점자블록도 함께 설치한다.

7월 1일 문을 열 공영주차장은 차량 72대가 주차할 수 있으며, 유료로 운영된다. 구는 공영주차장 개통 전 인도 설치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청회 도중 통학로 인근 주민들의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가능에 대한 문의에, 김계환 과장은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민들을 위해 할인이 가능한지는 담당 부서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혜광학교 통학로 문제는 2010년 11월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통학로 양쪽에 주차된 차량과 대로변 불법주차로 시각장애인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해 보행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관련기사 2010.11.16.)

언론 보도 후 부평구는 2011년 1월 통학로를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 입간판을 설치하고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삼거리역과 버스정류장 주변에 시각장애인용 안내 보도블록을 설치했다. 빌라 쪽 길에는 보행용 안전봉도 설치했다.

또한 2011년 9월께에는 제일고 울타리 안 시유지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제일고 담벼락 아래 주차공간은 폐지해 인도를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통학로 인근 주민들은 “제일고 담벼락 아래 주차공간을 없애면서 인도를 설치할 경우 주차할 공간이 전혀 없다”며 “공영주차장 건립 후 인도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구는 이를 받아들여 공사를 1년간 미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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