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주기적인 대유행을 일으키는 감염병이 대한민국에 유입되는 첫 관문은 대부분 인천이다. 즉, 인천에서 감염병을 막아야 국내에 확산하지 않는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주요 감염병 대부분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확진자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다.

최근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가장 감염율이 높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문도시 인천부터 감염병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인천의료원이 운영 중인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사진제공 인천의료원)
인천의료원이 운영 중인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사진제공 인천의료원)

지난 2002년 사스를 겪으며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신설하고, 국립보건원을 국립보건연구원으로 개편해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편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확산하자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다.

정부는 지난 수차례 감염병을 겪으며 감염병 대응 인력과 조직을 확대·강화하고 있지만, 인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후 정부가 발표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 연구개발’ 용역보고서를 보면, 중앙·중부, 영남, 호남, 제주 권역 등과 함께 인천권역을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곳으로 꼽았다.

인천을 유일하게 광역시 중 유일한 권역으로 분류해 다섯 권역 중 한 곳으로 포함한 것은 인천이 감염병의 국내 유입 주요 경로인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감염병 대응 인력과 조직을 확대·강화할 때 인천은 변한 것이 없다. 메르스 때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인천에선 상급종합병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지방의료원인 인천의료원이 확진자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인천엔 감염병전문병원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계획이 없다. 정부가 감염병전문병원 공모를 네 차례 진행했지만 인천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의 보고서대로라면 이번 다섯 번째 공모엔 인천이 돼야하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인천시는 ‘감염병전문병원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면서도 구체적 계획은 없다. ‘인천이 관문도시이므로 당연히 인천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유치해야한다’는 문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인천이 지닌 특성을 고려한다면 감염병 대응을 주도하기에 충분하지만 여전히 중앙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의료원 전경(사진제공 인천의료원)
인천의료원 전경(사진제공 인천의료원)

국내 전체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고 있지만, 인천의료원처럼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내놓은 곳은 거의 없다. 역설적으로 인천의료원의 의료진은 감염병 대응에 최적화됐다.

코로나19 첫 확진자부터 현재까지 인천의료원 대부분 인력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인천의료원 의료진 대부분은 각각 코로나19 대응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올해 1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겪을 즈음 인천의료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한 간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 2월에 입사해 입사와 동시에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됐다. 이 막내 간호사는 ‘막내이지만, 병원 내 감염병 대응 체계를 완벽히 익혔다’고 당당히 말했다.

인천의료원은 이 같은 점을 살려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희망하지만, 질병관리청은 고개를 젓는다. 지방의료원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설치할 경우 다른 지방의료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미 다른 권역엔 감염병전문병원이 들어서기로 예정됐다. 인천만 남은 상황에서 그 같은 이유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의 어렵다는 한 마디에 인천의료원은 고려하지도 않고 인천에 3곳뿐인 상급 종합병원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나마 1곳이 유치를 희망했다고 한다. 인천으로선 다행이다.

인천시는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질병관리청과의 협상에 당당히 주도적으로 나서야한다. 우리는 인천에서 감염병을 막지 못해 닥친 후폭풍을 체감하고 있다.

인천시가 지니고 있는 감염병 대응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인천 내 감염병전문병원은 인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다. 감염병 컨트롤타워는 서울이 아닌 인천에 둬야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