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날씨가 쌀쌀해졌다. 일교차도 커서 독감 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주에 비해 독감환자가 2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도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될까 우려스럽다. 코로나 확진자수와 중증환자수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가 싶었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와중에 속 타는 상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딴지를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지역화폐는 코로나로 영업을 제한한 상황에서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지역과 업종에 약간의 편차가 있긴 해도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음식점, 마트, 슈퍼마켓, 식료품점,이·미용실 등 생활형 자영업자들은 지역화폐로 매출이 늘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0년 10~11월에 실시한 ‘지역사랑상품권 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 가맹점(매장)의 경우 매출증가율은 3.4%, 객당 매출증가율은 2.8%로 높게 나타났다. 매출증가액 또한 87만5000원으로 전체사업체 평균대비 32만6000원 높게 나타났다.

이용자인 소비자는 상품권 도입 전 109만7000원을 소비하며, 도입 이후 139만6000원으로 역내소비가 약 30만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소비자들의 역내소비 비율은 40%에서 50%로 높아져 지역순환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인천은 전국 평균 보다 효과가 더욱 크다. 인천은 전국 최대 발행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2019년 1조5400억원, 2020년 2조9500억원, 올해 4조원 가량 발행이 예상된다.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천e음 미시행시기와 비교해 인천의 중소상공인 매출은 약 11.9%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2019년 2조3000억원이었으나 올해 15조원이다. 정부가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으로 지역화폐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대폭 늘었다.

지역화폐를 현금구매할 때 10% 할인(캐시백)해 주는 예산은 정부가 8%, 지자체가 2%를 각각 분담한다. 인천시의 경우는 정부가 지원하는 발행액보다 2배가량 추가로 발행하고 있다.

추가 발행에 따른 캐시백 예산은 전적으로 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예산은 마중물이 돼 실제 투입 예산대비 10배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행안부가 지자체에 내년 발행 수요조사를 하니 26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은 올해 1조2522억원(2차 추경기준)에서 내년 2403억원으로 81%나 대폭 감액했고, 발행액도 6조원으로 크게 후퇴했다.

이건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진배없다. 기재부의 예산 삭감 핑계는 다양하다. 지역화폐 업무는 지방사무이고, 또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니 이제 지방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나마 홍남기 부총리는 이동주(더불어민주당 비례)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가 있음을 인정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영업자와 서민 경제가 바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정부의 대출 규제로 금리는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정부의 1조2522억원과 지자체의 지역화폐 지원예산은 세금을 낸 국민들의 주머니로 바로 들어가 가처분소득을 높여준다. 또한 15조원에 달하는 발행액은 도탄에 빠진 자영업자의 매출을 올려준다. 이로 인해 지역 내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증가하고 역내 소비가 향상한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기업에 편중한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킨다. 한마디로 가계경제를 살리고, 자영업자를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인천시 설문조사(2020년)에서 가장 잘한 정책 1위로 ‘인천e음’이 선정됐다.

기재부의 예산 삭감으로 지자체 부담은 더 커졌다. 인천의 경우 올해 캐시백 지원 전체 예산은 3694억원이며, 이중에서 국가로부터 1436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내년에는 292억원으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천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들의 지역화폐 발행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위기 극복은 단시간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 평년처럼 회복하려면 적어도 3~4년은 더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지역화폐 지원정책을 더 지속해야 한다. 이런 민생 예산에 역행하는 기재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기재부인가. 이는 무소불위 관료 독재에 따른 폐해이며, 민생현장이 사라진 탁상행정의 극치인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은 기재부 해체를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지난 2일부터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내년 지역화폐 발행을 30조원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농성장을 방문하고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후보는 예산 증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예산실이 백악관에 있다며 기재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앞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방문을 기대한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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