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시점, 3년 새 2050년→2040년
“탄소예산·과거 탄소배출량 고려해 탄소중립 도달해야“
“2030년 이전 영흥화력 1·2호기 폐쇄해야 1.5도 상승 막아“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기후위기는 천천히 오는줄 알았다. 지구 평균온도가 오르고 해수면이 상승해도 당장 오늘 하루가 바뀌지 않는다. 이런 탓에 기후위기 해결은 미룰 수 있는 숙제였다.

하지만 빨라졌다. 인류에 남은 시간은 대략 6년이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올해 8월 발표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WG1)’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드러냈다.

보고서의 핵심은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지구 평균온도는 2021~2040년 중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5도 도달 시 산업화 이전(1850~1900년) 50년에 한번 발생했던 극한고온은 8.6배 더 자주 일어난다. 거대한 대 대재앙이 인류에 경고하고 있다.

“기후위기 인간 영향 명백” 지표면 온도·해수면 급등

앞서 2018년 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해 1.5도 상승 도달 시점을 최대 2050년으로 예측했다. 3년 새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위한 골든타임이 10년 이상 앞당겨졌다.

경각심을 높일 부분은 평균온도뿐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 기준 410ppm이다. 이는 200만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11~2020년에 1.09도 상승했다. 2003~2012년에 0.78도 상승한 것에 비해 2배 이상 뛰었다.

지구 평균 해수면도 1901~2018년 사이 무려 20cm나 상승했다. 1901~1971년엔 연평균 1.3mm 올랐지만, 2006~2018년엔 연평균 3.7mm 올랐다.

또한, IPCC는 6차 평가보고서에서 기후위기가 인간의 영향으로 심화됐음을 더욱 강한 표현으로 규정했다.

2015년 발표한 ‘제5차 평가보고서(AR5)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에서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반면,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인간의 영향으로 대기, 해양, 육지가 뜨거워진 것이 명백하다”며 “지난 10년간의 일부 극한 고온은 인간 영향 없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더워진 인천시, ‘온열질환자’도 꾸준

전 인류가 해결을 미루는 틈타 기후위기는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빠르고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일상을 위협한다.

인천시의 평균기온은 30년 단위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1970~2000년에는 24.9도였지만 1981~2010년은 25.2도, 1991~2020년은 25.6도를 기록했다.

평균기온이 오른 만큼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인천연구원이 6월 발표한 ‘인천시 폭염 예방 및 대응 방안’을 보면 ▲2018년 온열질환자 258명, 사망자 2명 ▲2019년 온열질환자 69명 ▲2020년 온열질환자 27명, 사망자 1명이다. 특히 2018년은 서울에 이어 국내 특·광역시 8곳 중 두번째로 많았다.

2030년 대홍수로 물에 잠긴 인천공항.(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30년 대홍수로 물에 잠긴 인천공항.(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해수면 오르면 인천 면적 43% 침수, 수온 올라 어업도 차질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을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해 2030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인천은 인구 25%(294만명 중 74만 명)와 면적 43%(1065㎢ 중 458㎢)가 피해를 입는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도 침수 예상 지역이다.

바다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수온이 오르면서 어업에 차질이 생겼다.

기상청은 한반도 전 해역의 여름 평균 수온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평균 0.34도씩 상승했다고 2018년 밝혔다.

특히 서해의 7월 평균 수온은 1997년 이후 해마다 0.17도씩 오르다가 2010년부터는 0.54도씩 오르며 큰 상승폭을 보였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소장은 “덕적도·자월도에 돔 등 남해에서 잡히던 어종이 나타난다”며 “수온이 오르며 이전에 잡혔던 꽃게나 우럭, 광어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특히 덕적도는 꽃게가 전멸한 수준이다.

이어 “수온은 겨울에 급감한 뒤 여름까지 천천히 오르지만 날이 따뜻해지면서 겨울에도 수온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제 어떤 어종이 언제 잡히는지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

IPCC는 6차 평가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 평균온도는 21세기 중 1.5도는 물론 2도까지 넘어선다고 예측했다.

단,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내려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가속화에 제동을 거는 확실한 방법이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해지는 상태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보면,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감축해야 한다. 이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또한, 1.5도를 넘지 않기 위해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 허용량을 ‘탄소예산’이라고 부른다. 2018년 기준 약 4200억톤이다.

현재 전 세계는 연간 약 400억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탄소예산은 2027년 말 바닥을 보인다.

이완기 인천환경운동연합 기후환경국장은 “탄소중립 도달 시점도 중요하지만 탄소예산을 고려해 배출량을 줄이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탄소중립을 할 때 국가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과거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했던 국가들은 2050년 이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며 ”한국 역시 45%를 넘어 60~7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영흥석탄화력발전 조기폐쇄'를 촉구하며 인천시민들이 영흥화력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25일 '영흥석탄화력발전 조기폐쇄'를 촉구하며 인천시민들이 영흥화력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탄소중립 위한 인천 필수 과제는 영흥화력 폐쇄

한편, 인천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영흥석탄화력발전소를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은 발전소·산업단지·공항·항만·매립지 등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원이 있다. 특히 영흥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인천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다.

시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80.1% 감축하기 위해 영흥화력발전 1·2호기를 2030년 엘엔지(LNG, 액화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한다. 이후 2035년까지 3·4호기, 2040년까지 5·6호기를 폐쇄할 계획이다.

인천에서는 영흥화력조기폐쇄 운동이 활발하다. 지난 9.25 글로벌 기후파업을 이끈 전환사회 시민행동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2030년 이전에 영흥화력발전기를 폐쇄하지 않으면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며 “1·2호기 조기 폐쇄를 시작으로 모든 발전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