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인천형 방역을 최선두에서 책임지던 보건소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시의 책임이 크다. 시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공무원노조와 함께 지속가능한 인천형 방역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앞서 지난 15일 부평구보건소 직원들이 동료 직원 A씨가 인천 자택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며 업무 과다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초 부평구보건소 지소에서 의료기술직으로 일하던 직원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기 시작했고, 올해 1월부터 보건소 상황실에서 일하며 확진자 동선관리 업무 등을 담당했다.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상황실 업무도 늘었으나, 인력 충원은 부족했다. A씨를 비롯한 보건소 직원들은 어쩔 수 없는 초과 근무에 시달렸다. A씨는 공무원 직렬 중에서도 의료기술직이라는 소수 직렬에 속했다. 소수 직렬이다 보니 외로움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올해 7~8월 초과 근무만 117시간 가까이했다. 장기간 과도한 노동으로 A씨는 힘들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자주했으며, 거친 민원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 더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동료는 평소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초과근무가 많았다고 전했다.

A씨의 죽음에 인천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시는 인천형 방역을 강조하며 주말에도 검체검사를 실시하는 등 선제조치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뒷감당은 보건소 직원들의 몫이었다.

특히, 부평구는 경기도 부천시와 인접해 있어 부천시가 주말에 검체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검체검사 희망자들이 부평구로 몰리면서 업무 과부하가 더 심했다.

인천시는 선제 조치로 선별진료소를 평일엔 오후 9시까지, 주말엔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인력 충원은 거의 없었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는 한 달에 초과근무를 48시간 이상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숨진 A씨도 공무원 노동자다. A씨는 인천형 방역이라는 책임을 공무원이라는 어깨에 짊어지고 수개월을 100시간 이상 일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전에 부평구보건소는 여러 경로로 장기간 초과근무의 심각성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와 부평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보건소 직원들 사이에 이번 사건을 두고 ‘터질게 터졌다’는 분노와 슬픔이 팽배했다. 부평구보건소 동료 직원 10여명은 충격으로 사건 다음 날 출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건의료 노동자의 건강 위협 심각성은 비단 보건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조합원 4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78.7%가 ‘코로나로 자신의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또한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 70%, ‘감염병 질환에 대한 우려’ 80%, ‘인력이 부족하다’ 80%,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80%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의료 노동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나, 현실에선 노동자들이 공공의료기관이나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 지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 700만원 상당을 받기에 차라리 그쪽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나마 보건의료산업노조와 정부가 노정 합의로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기준 마련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에 생명안전수당 지급 제도화 ▲공공병원 신축·이전신축·증축 지원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ratios) 제도화 ▲2026년까지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전면 확대 시행 등을 합의한 게 다행이다.

인천시도 보건소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업무하중 분산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공무원노조 인천본부와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인천형 방역을 지속할 수 있다.

인천시 행정부시장이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와 면담 때 유족과 보건소 직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수립을 약속한 게 합의문 작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공무원노조는 ▲숨진 직원 공무상 재해 인정 ▲유족과 보건소 직원 대상 공식 사과 ▲노조 참여가 보장된 진상조사 실시 ▲순환 근무와 인원 조정 등으로 보건소 근무시간 감축 ▲선제 대응 철회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시가 사과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인천형 방역 대책을 공무원노조와 함께 수립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