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건복지부와 협상 결렬 9월 2일 파업 임박
복지부, “기본방향 공감, 합의 수준 차이로 결렬”
노조, “어렵다 입장만 되풀이, 정부·여당 결단해야”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 중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정부의 협상 결렬됐다. 

협상 결렬로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인천에선 의료기관 9곳의 노조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31일 오후 긴급담화문을 내고 “올해 5월 31일 시작한 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노정 교섭이 3개월 동안 12차례 진행됐다”며 “파업을 3일 앞두고 지난 30일 열린 12차 교섭을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14시간동안 했지만, 일부 의견 접근에도 핵심 쟁점 관련 이견을 더 이상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1일 오후 총파업 관련 긴급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유튜브 영상 갈무리)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1일 오후 총파업 관련 긴급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어 “좀 전에 발표한 복지부장관의 담화문은 복지부가 수차례 이야기했던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아쉽다”며 “3개월 동안 ‘중장기 과제들이라 긴 호흡으로 논의하자’는 말을 되풀이한 것 말고 보건의료노조 외에 다른 이해당사자와 어떤 추가적인 논의를 진전시켰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장 현장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간호사를 비롯한 노동자를 위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는지도 답해야 한다”며 “3개월 긴 시간 동안 노정 교섭을 했지만 기재부 등 재정당국의 외면과 복지부의 소극적 태도로 알맹이 없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버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권덕철 복지부장관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확충·강화와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내용이 담긴 8대 핵심 과제 해결을 정부에 요구했다”며 “진지하고 성실하게 협의에 임했고 일정 부분 이견을 좁혔으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와 노조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양 측이 생각한 합의의 구체적 수준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가령, 사회적으로 이견이 적고 의료현장 수용성이 높은 정책과제는 단기간 추진이 가능하지만, 의료계 내부 또는 사회적 수용을 위해 이해당사자 등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노동계와 협의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담화문과 함께 ▲공공의료 지속 확충(단, 공공병원 확충은 지자체 등과 협의체 구성해 구체적 방안 마련, 관계부처 협의 등 추진) ▲보건의료 인력 생명안전수당·교육전담간호사사제 유지 확대 등 재정당국과 협의 추진 ▲보건의료 인력 업무 여건 개선 추진 ▲불법 의료행위 근절, 의료계와 함께 병원 문화 개선 등을 발표했다.

다만, 권 장관은 “파업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선별진료소 등에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4차 대유행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와 협의로 지금 상황을 함께 해결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한 노조와 복지부의 협상에선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강화 ▲국립대 병원 소관 이관 ▲사립병원의 공공성 강화와 의료안전망 구축 ▲공공의료 거버넌스에 노동단체 참여 등에는 이견을 좁혔다.

하지만, 예산 투입이 필요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 ▲코로나 의료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간호등급제도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의사 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등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31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지역연대가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 민주노총 인천본부)
31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지역연대가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 민주노총 인천본부)

보건의료노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파업을 배수진으로 논의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다시 한 번 알아주시기를 국민에게 호소한다”며 “노조는 파업 돌입 전까지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에 핵심 쟁점 타결을 위한 정부와 여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2일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인천에선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 쟁의조정 신청 대상이 된 길병원·부평세림병원·신천연합병원·인천기독병원·인천보훈병원·인천사랑병원·인천성모병원·인천의료원·인천혈액원 등 9곳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의료기관이 진행한 임금협약이나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결렬로 중앙노동위와 지방노동위가 31일이나 9월 1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쟁위행위)이 가능하다.

한편,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와 인천지역연대는 이날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보건의료 노동자 파업은 정당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이라는 말의 성찬(盛饌)이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과 공공의료 확대 요구에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인천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더 이상 못 버틴다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호소 앞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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