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옹진장학관’ 용지에 일제강점기 기숙사 발견
옹진군, “학생 안전 문제 등 고려해 철거할 예정”
인천시‧전문가, “역사적 의미 고려해 보존해야”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 옹진군이 ‘제2옹진장학관’ 공사 용지에 있는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을 철거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보존·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옹진군은 ‘제2옹진장학관’ 용지에 있는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는 해당 건축물이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보존해달라고 옹진군에 공문을 보냈다.

중구 전동 19-30일대 ‘제2옹진장학관’ 용지에 있는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사진제공 인천시)
중구 전동 19-30일대 ‘제2옹진장학관’ 용지에 있는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사진제공 인천시)

옹진군은 중구 전동 19-30일대에 군민 기숙사인 ‘제2옹진장학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 중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건물 1개가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로 확인됐다.

옹진군은 이 건물에의 보존‧철거 여부를 검토했으나, 사고 가능성이 있고 활용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기록 사업을 진행했다.

군이 실시한 '제2옹진장학관 건립부지 기록화 용역'을 보면 이 건물은 연면적 99㎡, 지상 2층 규모로 일제시절 1938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은 중구 인현동에서 양조장을 운영했던 후카미 토라이치(深見寅市)가 직원 기숙사로 활용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파악됐다.

용역보고서는 ‘미쓰비시 줄사택’ 같이 큰 규모의 공장에 딸린 기숙사나 사택이 아닌, 민간이 운영하던 공장의 숙소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기술했다.

근대건축물 연구자 손장원 인천재능대 실내건축과 교수는 "후카미가 운영했던 양조장은 당시 인천 전체 술 생산량의 30%를 책임지던 대형 양조장이다"며 "기숙사로 활용했던 건물은 일제강점기 노동자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건물이라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건물은 후카미가 지은 단무지 공장인 후카미즈케(深見漬物)의 사무실로도 사용했다"며 "용역보고서는 이 건물이 단무지 공장 사무실로 사용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제대로 된 보고서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해서 제2옹진장학관 부속 건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도 손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17일 건축물을 보존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제2옹진장학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철거를 결정했다”며 “담당 지자체인 중구로부터 철거 허가도 받았다. 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어 계획대로 철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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