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오랜 기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계속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산재율은 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을 계속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산재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고 산재 사고가 신고되어 처리되지 못하고 은폐되는 한국의 법제도적 한계가 만든 기현상이다. 물론 자본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노동현장의 현실도 주원인 중 하나이다.

따라서, 산재 사고에 대한 처벌과 예방조치 강화, 산재 인정 기준의 완화는 노동계의 오래된 투쟁과제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그 핵심목표 중 하나였다.

2018년 겨울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 소속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전기가 마련됐다. 20대 초반 젊은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기존 법의 한계, 다단계 하청 구조가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위험의 외주화’를 사회적으로 알려냈다.

그 결과 올해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재법)이 제정됐다. 경영책임자의 실질적 처벌의 한계,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의 많은 한계와 과제를 남겼지만 그나마 한걸음의 진전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내년 1월 27일 법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제정 과정에 있다.

중재법의 제정 이후에도 산재 사고 등의 중대재해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인천지역도 올해 상반기 내내 중대재해 관련 언론 보도가 잊을만하면 등장했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고, 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노동자들이 죽어 나갔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집계하는 재해사례를 확인해보면, 인천지역에서 올해 들어 지난 8월 9일까지 총 3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중 추락사가 16건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회물차 상차 작업과정, 제조업체 등 여러 업종에서 추락사가 있었다.

강한 처벌을 법에 담는 것은 법을 위반했을 시 그에 상응하는 강한 처벌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제적인 예방에 나서게 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다.

그러나 중재법 제정 이후의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보자면 이러한 법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것인지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도 경영자단체들은 ‘기업인 과잉 처벌’을 명분으로 정부와 국회에 완화된 시행령 제정을 압박하고 있다.

중재법 시행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인천의 관계 기관들이 제대로 된 대응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인천에서 중대재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중재대해 대응 사업단’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인천시와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노정 정책 협의 주요 요구안에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요구’를 담았다.

세부적으로는 인천시장이 실질적인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 부터 산재예방과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할 것과 산업단지의 작은 사업장을 위한 노동안전 사업, 인천시가 준비 중인 ‘인천시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적극적인 현장활동 계획 수립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제아무리 좋은 법도 집행기관의 강한 집행의지, 단속과 관리감독을 위한 제대로된 실행 체계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중대재해 근절에 가장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노동정책의 본격적인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시의 책임있는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민주노총인천본부를 비롯한 관련 노동단체들과의 협력체계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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