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재벌 지자체 상대 소송 등 경제민주화 역행 분위기

광진구의회 의장, 알고 보니 대상그룹 이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의무휴업일제를 도입해 지난 4월 22일 대형마트가 처음으로 쉬던 날 인천 부평구와 남구의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 유통재벌의 영업시간을 규제해 중소상인 영역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조례가 그 효과를 증명한 셈이다.

인천 남동구도 5월부터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일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근거 조례가 없는 지역은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을 부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례가 없던 계양구에서도 최근 대형마트 규제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서구와 연수구에서도 조례 제정 요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4.11 총선 전부터 제기돼온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의 요구가 중소상인 영역에서 우선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24일 서울시 광진구의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의무휴업일제를 도입하는 광진구 조례안을 부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의 일이지만 인천 상인들은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광진구의회는 24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해당 조례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참석 의원 11명 중 5명만 찬성하고 6명이 반대해 조례안은 부결됐다. 광진구의회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부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조례 부결은 울산 중구의회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를 두고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영업시간 규제 조례는 중소상인 영역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재벌의 독점을 규제해 유통생태계에 상생을 심는 단초”라고 한 뒤 “조례를 부결한 것은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서민 대신 재벌 편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광진구민은 총선에서 경제 민주화를 바랐지만, 구의회는 이 같은 광진구민의 바람과 달리 구민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조례 부결 후 광진구의회 김수범(민주통합당) 의장이, 최근 대기업의 식자재도소매사업 진출로 중소상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주)대상(청정원)의 이사로 밝혀져, 대상그룹의 식자재도소매사업 진출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인천을 비롯한 11개 도시 상인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가장 예민한 곳은 인천이다. 대상이 중부식자재를 인수한 뒤 지난해 8월 부평구 삼산동에 입점하려다 ‘사업 일시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 뒤 중부식자재는 폐업했고, 올해 1월 중부식자재 대표의 매형이 달인식자재마트로 바꿔 개인사업자등록을 한 뒤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에 사업조정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4월 총선 후 바로 발표할 것이라던 중기청은 아직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

중소상인들이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광진구의회가 조례를 부결하기 전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지에스(GS) 등 유통재벌이 대형마트 규제 조례를 제정했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영업시간 정지처분 정지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련의 분위기가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보수화 흐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병호ㆍ홍영표, ‘대상 자본 사실조사와 적합업종 실현’ 약속

한편,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인천도매유통연합회, ‘대상 식자재사업 진출 저지 삼산동대책위’는 25일 문병호(19대 총선 부평갑 당선) 민주통합당 인천시당위원장과 홍영표(19대 부평을 당선) 의원과 함께 삼산동 현장을 방문하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병호 위원장과 홍영표 의원은 “삼산동 문제는 국내 11개 지역 식자재상인들의 문제이자 국내 중소상인 보호의 바로미터”라며 “사업 일시정지를 무시하고 영업하는 등, 사안이 중차대하다. 중기청장과 지식경제부장관 면담을 추진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지분관계(=달인식자재마트의 지분이 개인에게 있는지, 대상에 있는지)에 대해 사실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나아가 19대 국회에서는 중소상인 적합업종을 꼭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 같이 참여한 부평구 생활경제팀 또한 인도 위나 주차면 불법 적치 등 불법영업행위에 대한 행정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8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통합당 조경태(19대 총선 부산 사하을 당선) 의원도 다음날(26일) 삼산동 현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상인들의 의견을 들은 조 의원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을 통해 쟁점인 부분(=달인식자재마트의 개인사업자 진위 여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