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섭 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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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6월 10일은 신미양요가 발발한지 150년 되는 날이다. 이런 이유로 2021년에는 유독 신미양요와 관련한 행사가 많다. 신미양요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 박물관 전시회를 비롯해 언론사에서도 각종 기획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신미양요가 발발했던 인천(강화)에서 신미양요를 기억하고 다시 해석하고자 하는 여러 행사들이 개최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신미양요는 대체로 제너럴셔먼호 사건으로 인한 조-미 간의 전쟁, 군사적 충돌 등의 단편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는 남과 북 모두 마찬가지였다. 남측의 신미양요에 대한 인식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사건이나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해 우호관계를 맺은 일련의 과정 중 하나로 본다.

이에 반해 북측은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기화로 자본주의적 착취의 길을 열어놓으려 신미양요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 신미양요에 대한 단면적 혹은 이념적 평가는 지금까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쟁’이라는 관점에 묶어 놓았다.

그런 까닭에 신미양요는 호국·현충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됐다. 남측은 유신정권 시절 강화의 전적지에 대한 보수정화사업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대내외적인 정치·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하려 했다.

북측도 마찬가지로 신미양요 발발 원인인 제너널셔먼호 격침에 김일성의 증조부 김응우가 큰 역할 했다는 점을 내세워 정권의 미화에 신미양요를 이용했다. 그 결과 남측에서 강화의 초지진·덕진진·광성보 등은 조선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곳이자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상징하는 곳이 됐다.

아울러 북측에서도 신미양요 사적지(史蹟地)가 미국에 대항한 조선 인민들의 영웅적 장소로 인식돼 남측 방문 시 찾고 싶은 장소로 꼽힌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행사는 이러한 1차원적 해석과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여러 움직임이 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유산센터의 ‘19세기 국제정세와 신미양요’ 학술회의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12일 개최된 학술회의에서는 신미양요와 관련하여 발발 당시인 19세기의 동아시아 국제정세 속에서 그 의미를 살펴봤다.

특히 신미양요와 관련된 국가들 즉 조선과 미국을 포함한 프랑스·영국·일본·중국이 각기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신미양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봤고 그에 따른 대응에 대해 학술적으로 검토한 점은 기존의 관점을 벗어나 세계체제 내에서 신미양요를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이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신미양요를 재평가하고 시야를 넓혔다는 점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신미양요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말할 것인지에 대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평화’라는 관점에서 신미양요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매우 부족하다.

현재 남과 북은 신미양요의 당사국인 미국과 한쪽은 동맹관계에, 다른 한쪽은 적대관계에 놓여 있다. 또 각각 일본,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맺고 각종 사안에 따라 서로 대립하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러한 갈등관계를 극복하는데 신미양요가 그 기제(機制)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과거에 갈등관계로 인해 군사적·물리적 충돌을 겪었지만 이에 대한 평화적 해석과 평가를 통해 신미양요를 재조명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신미양요에 대한 관련 당사국 공동의 연구를 통해 평화지향 아젠다를 마련한다면 남북은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체제 정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신미양요 150년은 이상의 과정을 실행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인천은 대표적인 서해접경지역으로 서해 5도와 한강하구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북과 대치하고 있다. 또 신미양요가 발발했던 강화도는 정전협정 상의 한강하구 유역 80% 이상을 포함한 곳이다. 이러한 인천의 특수성은 우리에게 발랄하면서도 의미 있는 상상을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된다.

신미양요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더 넓혀 ‘평화’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본다면 우리는 현재의 긴장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모멘텀(방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서 신미양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국의 연구자들이 모여 ‘평화적 관점’에서의 신미양요를 논의하는 회의를 상상해 보자.

그리고 이를 통해 신미양요의 현재적 의미와 미래적 가치는 무엇인지 도출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논의의 과정이 켜켜이 쌓여 간다면 언젠가 강화도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국가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체제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는 장면은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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