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왠지 조마조마하다. 역시나 또 결항이다. 통일부장관, 여당 대표,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날인데 배가 안 떠 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서해5도어업인연합회 장태헌 회장 얘기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그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해5도 등 서해평화 조성과 관리에 관한 입법 토론회’ 토론자였으나 결국 참석을 못했다. 영상 인사말만 전할 수밖에 없었다.

육지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고속철도와 대교가 놓이고 고속도로가 뚫린다. 9128명이 거주하는 울릉도엔 6633억원을 투입해 울릉공항을 짓고 있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서해3도에 주민 6735명과 군인 5000여명 등 1만1000여명이 살지만 울릉공항의 26%(1740억원) 밖에 안 되는 백령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조차 안 된다.

이렇게 차별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 기획재정부 때문이다. 기재부는 백령공항을 건설하기로 이미 약속했는데 스스로 어기고 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주민들은 맨몸으로 탈출해 찜질방에 살았고,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집단이주를 정부에 요구했다. 놀란 정부는 주민들이 섬에 살 수 있게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2011년~2020년 10년간 9109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집행률은 40% 수준이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다시 반발했다. 결국 5년이 다시 연장됐다. 연장 계획에 백령공항이 포함됐다. 서해5도종합발전계획 최종 의결기구는 ‘서해5도지원위원회’이다. 위원장은 국무총리고 기재부 장관을 포함해 국토부ㆍ통일부ㆍ국방부ㆍ행안부ㆍ해수부 장관 등 주요 국무위원과 인천시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런데 기재부는 자기네 장관이 결정한 일도 이제 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재부의 반대 논리 또한 옹색하기 그지없다.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부처답게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로 불요불급한 예산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 그런데 백령공항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무논리에 억지주장만 늘어놓는다. 이들의 예산편성 기준은 객관과 과학이 아니라 담당자의 주관과 정치적 계산만이 전부인 것 같다.

기재부는 백령공항이 중복투자 사업이라 예타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주요 근거는 수요예측이 부풀려져 있단다.

백령도엔 용기포항이 있다. 해수부는 제4차 연안항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030년 기준 용기포항 연간수요를 40만명으로 예측했다. 백령공항 건설 관련 국토부 수요조사는 이보다 1.4배 높은 57만3000명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는 국토부가 기재부가 각 부처에 제시한 권고안에 따라 조사한 결과다. 국토부는 백령공항 수요를 예측하면서 울릉, 흑산공항의 예타 조사와 동일한 방법을 적용해 통계적 예측이 확보된 결과 값이라고 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교통수단이 선박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경우보다 항공과 선박 두 개가 있을 경우 추가 유발수요가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백령도는 안개나 바람 등으로 결항률과 지연율이 높다. 정시성이 보장되지 않아 섬 방문을 꺼리는 사례가 무척 많다. 때문에 선박 보다 훨씬 높은 정시성이 보장되는 항공편이 생길 경우 신규 수요는 대폭 늘어나게 돼 있고, 이를 수요에 반영하는 게 상식이다.

또한 왕복 항공편, 왕복 선박편이 아니라 항공과 배를 함께 이용하는 전환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가 대표적인 경우다. 필자도 제주에 갈 때 연안부두에서 배편을 이용해 바다의 낭만도 즐기고, 귀가 시 항공편을 이용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전환수요 또한 당연히 항공수요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유발수요와 전환수요를 포함한 국토부 수요예측이 이를 포함하지 않은 해수부 예측보다 높게 나오는 게 정합적인 결과다. 기재부만 마치 손으로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안 보이는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

기재부는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늘어놓지 말고, 차라리 인천 섬사람과 인천 섬 관광객에겐 예산을 쓰는 게 아깝다고 솔직히 말하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선출권력이라면 국민은 왜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인가.

백령공항 건설 입법화를 위한 서해5도지원특별법 개정안이 인천 여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됐다고 한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인천 정치권은 반드시 관철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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