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날... "법으로 혐오 막아야"
이주민, 한부모가족, 여성, 장애인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이주민, 한부모가족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정의당 인천시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지난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누구나 발언대’ 행사를 열었다.

5월 17일은 31회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아이다호 데이(IDAHO =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 조선희 시의원(정의당, 비례), 트랜스젠더, 한부모가족, 장애인, HIV 감염인,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활동가 등 15명이 ‘누구나 발언대’에 올랐다. 이들은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 경험을 공유했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만인선언 ‘평등하다’를 함께 낭독했다. 아울러 정의당 인천시당은 오는 25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행동’ 입법 청원운동을 진행한다.

정의당 인천시당 성소수자위원회가 지난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누구나 발언대’ 행사를 열었다.
정의당 인천시당 성소수자위원회가 지난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누구나 발언대’ 행사를 열었다.

장혜영(정의, 비례) 국회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나이·출신지역·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가구의 형태, 고용형태, 학력·병력 등을 포함한 차별금지 사유 23개를 고용, 재화·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적용해 차별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은 “김기홍 활동가,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것을 봤다”라며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이 혐오표현을 경험하고, 우울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누구도 차별받고,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해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도 소중하고, 존엄한 사람... 법으로 혐오·차별 금지해야”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레빗은 “청소년 성소수자로 살기에 학교는 굉장히 폐쇄적인 공간이다. 학교는 사랑의 정의를 남녀 간의 것으로 가르쳤고, 저는 거기 없었다”라며 “기독교를 믿는 한 친구는 본인 친구가 성소수자라면 죽여버리겠다라고 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라고 말했다.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조정일 씨는 성소수자 혐오세력에게 “5000만 국민 중 4.3%가 성소수자다. 성정체성은 반대나 찬성의 문제가 아니다. 내 아들도 소중하고 존엄한 사람이다”라며 “이 사회가 당신이 혐오, 차별, 증오가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이는 누군가에게 생존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 성소수자는 인천 성소수자 모임을 제안했다. 성소수자도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에서 본인들의 기본 권리를 찾아가고 싶다는 게 이유다.

레즈비언 화당은 “성소수자들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한국보다 발전된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게 일상적인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체성을 공개했을 때 그에 따르는 혐오를 걱정해야 한다. 정체성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다수결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국민 의식을 따라가고 있지 않다. 지역 정치인들은 특정 세력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라며 “차별금지법 제정 설문에서 찬성이 88%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익을 위해 활동해야할 의무가 있다. 모든 방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라고 부연했다.

성소수자인 정 세실리아는 “우리는 오랫동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싸웠다. 평화적으로 얘기했지만, 혐오세력들은 더 큰 폭력으로 답했다. 그리고 변희수 하사, 김기홍 활동가를 죽였다”라며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들이 살아갈 수 있게, 우리를 죽이지 못하게 강하게 나가겠다”라고 분노를 표했다.

조선희 인천시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주민, 한부모가족, 여성, 장애인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한 목소리

정혜실 이주민 활동가는 “한국사회는 다양한 모습의 이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노동을 하고 각종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같은 시민이다”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주민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이주민도 한국에서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날이 하루 빨리 당겨지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장희정 한부모가족회 한가지 대표는 “한부모가족은 비정상가족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이상적인 가족이 있을 뿐, 정상가족은 없다”라며 "혼자 일지라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비난과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다. 아이들이 피해를 받기도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더불어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새롭게 개정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인 A씨는 "안녕이라는 말이 무거운 사회다. 나이와 장애로 이뤄지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라며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나이를 넘어 그 폭력을 없애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청년과 청소년이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조선희 시의원은 “2018년 5월 17일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에 분노하며 인천 여성들이 517분 동안 여성폭력사례를 말했다. 군부독재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일상의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다”라며 “일상의 민주주의 확대가 곧 차별금지법 제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입장이 없음을 포장하는 발언이다”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정쟁의 문제가 아닌 사람으로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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