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임차인 단전' ㈜SR에 ‘과도한 손배’ 시정 명령
인천공항공사, 지난해 단전 조항 신설 정부 방침 ‘역행’
스카이72, 임시발전기로 골프장 운영... 화재 발생하기도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 단전의 근거로 삼은 전기사용약관이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에게 '단전할 수 있다'고 비슷한 약관 내용을 뒀던 주식회사 에스알(SR, 수서고속열차 운영사)은 공정위 권고에 따라 2018년 약관을 시정했는데,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단전' 조항을 신설했다.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셈이다.

(위) 스카이72 야간 골프 전경 (아래) 단전으로 불 꺼진 스카이72 전경.(사진제공 스카이72)
(위) 스카이72 야간 골프 전경 (아래) 단전으로 불 꺼진 스카이72 전경.(사진제공 스카이72)

ㆍ단전 첫날 인천공항 골프장 화재... 발전기 발화

ㆍ인천공항공사, 스카이72 골프장 18일부터 단전 강행

ㆍ“인천공항 골프장 분쟁 민간투자위축 우려 정부가 나서야”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8일 0시를 기해 인천공항 지원시설 스카이72 골프장에 전기공급을 끊었다. 스카이72 야간골프영업과 드림골프연습장 야간운영이 중단됐다.

공사는 단전조치 근거로 ‘인천공항 전기사용약관’을 들었다. 약관 제19조(사용자 책임으로 인한 공급 정지)는 전기 사용자가 실시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전기 공급을 정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에스알(SR) 약관과 유사한 이 조항은 지난 2018년 3월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약관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정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SR은 과중한 손해배상 조항을 지적받았다. 관련 조항에 ‘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명도를 지연·거부한 경우 계약 보증금 전액을 귀속하고, 단전 등의 조치를 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손해 배상액 예정을 초과하는 손해는 별도로 배상하게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불공정하다고 시정을 명했다. 공정위 지적에에 따라 에스알은 단전 등 조치 규정을 삭제했다. 관련 조항은 ‘임차인은 명도 지연 등에 따라 손해가 발생한 경우 실제 발생한 손해의 범위 내에서 배상하면 된다’고 수정됐다.

SR이 공정위 조치에 따라 약관을 수정한 지 2년 뒤 지난해 3월, 인천공항공사는 오히려 정부 방침과 반대로 약관을 개정했다. 전기사용약관에 전기공급을 즉시 정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전기사용약관 개정 시 스카이72에 사전 통보는 없었다고 했다. 공사의 약관 개정은 사용자에게 불공정한 사항인데 공사는 통보 없이 홈페이지에만 게시했다. 스카이72는 절차 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스카이72는 전기요금 외에도 전기시설사용료까지 공사에 계속 납부했기 때문에 이번 단전 조치가 더욱 부당하다고 부연했다.

공사는 공항지역 전력공급을 목적으로 전기설비를 구축하고, 그동안 투자비 회수 목적으로 전기요금과 별도로 시설사용료를 부과하고 징수했다. 스카이72가 그동안 낸 시설사용료는 총 7억 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약관 개정사항은 홈페이지에 공시했고, 스카이72를 포함한 다수의 특고압 사용자를 일일이 방문해 주요 개정사항을 설명했다”며 “전기요금과 별도로 시설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미 개정해 현재는 전기요금만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의 단전으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질 전망이다. 현재 스카이72 측은 골프장 필수 기계와 장비에 필요한 전기는 이동식 발전기를 활용해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인 상태라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단전 첫날 오후 이동식 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재산피해가 약 245만 원 발생했다.

또한, 스카이72는 단전으로 근무 기회를 잃은 캐디들에게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이는 하루 1000만 원이 넘는다. 스카이72는 피해를 산정하는 대로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담당 임직원들에게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