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진수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야생동물 구조 증가... “개발 전 서식지 마련 필요”
야생동물 구조 신고 전 접촉말고 1~2일 관찰해야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편하게 살겠다는 이유로 자연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자연에 살던 야생동물은 서식지를 잃고 있다.

서식지를 잃은 동물은 인가에 출몰한다.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발견하고 신고한다. 이런 신고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야생동물이 본래 서식지에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센터장 박진수)는 지난해 너구리, 고라니, 저어새, 박쥐 등 야생동물 512마리를 구조했다. 2018년 299마리, 2019년 445마리를 구조한 데 비해 증가했다. 센터는 개관 후 매년 더 많은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있다.

박진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수의연구원들. 

센터는 2018년 3월에 개관해 연수구 송도국제대로372번길 21에 있다. 수의연구원 4명과 재활사 4명이 일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 자연복귀 시킨다. 또, 야생동물 질병 검사,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유전자원 보존연구, 야생동물 생태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박진수 센터장을 만나 센터의 역할, 야생동물 구조 전 주의할 점, 야생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야생동물 구조 증가... “개발 전 서식지 마련 필요”

박진수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박진수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센터는 지난해 야생동물 512마리를 구조해 230마리를 자연으로 복귀 시켰다. 이중 너구리를 38마리로 가장 많이 구조했고, 박쥐·황조롱이·고라니·저어새·수리부엉이·올빼미·구렁이·딱따구리 등도 구조했다.

특히, 센터는 황조롱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을 97마리나 구조했고, 저어새, 수리부엉이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도 25마리를 구조했다. 저어새는 멸종위기 1급에 해당한다.

센터가 야생동물을 가장 많이 구조하는 지역은 연수구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너구리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센터는 이같은 상황이 개발과 연관이 깊다고 분석했다.

박 센터장은 “인천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면서 먹이 부족 등으로 도심에 들어오는 너구리가 많아져 구조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길고양이 급식소가 늘어나면서 먹이를 찾아 아파트 단지 등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장소에 너구리가 서식지를 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맷돼지도 원래 안 나타났는데 발견된다. 결국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밀려 내려온 것”이라며 “개발은 사람이 살기 위한 일이다. 그러나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지 않게 차선으로 대체서식지를 지정해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구조된 독수리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야생동물 구조원인 ‘어미를 잃음’ 최다... “신고 전 상황 잘 살펴야”

센터는 야생동물 구조 신고를 접수하면 상황 파악 후 현장으로 출동한다. 구조된 야생동물은 진단검사, 치료, 보호·관리, 재활훈련 등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간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원인은 어미를 잃음(미아)이 29%로 가장 많았다. 충돌과 추락(26%), 인가 침입(9%), 기아와 탈진(8%), 교통사고(4%) 등이 뒤를 이었다.

어미를 잃음은 구조 당시 어미가 없이 새끼만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센터는 어미가 먹이를 찾으러 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시민들이 신고해 접수한 경우가 다수라고 했다. 박 센터장은 신고하기 전 상황을 잘 관찰하고, 절대 만지지 말것을 당부했다.

연수구 송도동 인근에서 구조한 너구리 새끼들.

박 센터장은 “시민의 무분별한 구조가 어미와 새끼의 생이별을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라며 “야생동물 새끼를 발견한 경우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1~2일 정도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한다. 부상이 없고, 고립되지 않았으며, 주변 시민에게 큰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면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야생동물 발견 시 절대 만지지 말아야 한다. 야생동물은 후각에 예민해 사람 손을 타면 무리에서 배제된다”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구조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야생동물이 아닌 반려동물 혹은 가축화된 동물을 구조해달라는 신고도 있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센터는 야생동물만 구조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이를 헷갈려 반려동물 또는 가축화된 동물 구조 요청, 개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곤충 포획을 요청하기도 한다”라며 “한정된 인원이 근무하는 만큼 센터 기능을 정확히 알고 요청하길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보호가 곧 야생동물 보호이자 사람에게 이로운 일”

센터 수의연구원들은 야생동물을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야생동물은 원래 터전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형석 연구원은 “2019년 한여름 송도 갯벌에 저어새 1마리가 둔부 근육에 낚시 바늘이 박힌 채로 폐기물 사이에서 고립돼있는 것을 구조했다”라며 “한여름이라 자칫 늦으면 탈진으로 폐사할 수도 있어 신속하게 구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저어새는 천연기념물로, 센터에서 치료를 잘 받고, 두 달 뒤 경북 영양에 있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이첩했다. 2020년 자연으로 무사히 돌려보냈다”라며 “많은 야생동물들을 구조했지만, 저어새는 흔치 않아 기억에 남는다”라고 부연했다.

낚시줄이 부리에 걸린 저어새.(사진제공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낚시줄이 부리에 걸린 저어새.(사진제공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센터는 야생 조류가 해양쓰레기에 의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례로 낚시줄에 몸이 묶인 경우, 다친 조류뿐만 아니라 장기에 온갖 해양쓰레기들이 가득한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연구원은 “낚시줄에 부리가 쪼개져 들어온 저어새가 있었다”라며 “구조한 야생동물 외에 해양쓰레기로 인해 위험에 처한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바다에 쓰레기가 엄청나다. 결국 시민 인식이 야생동물을 살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센터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게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생태교육도 진행했고, 이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해양쓰레기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1년에 신용카드 한 장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생명에 대한 존엄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인식을 바꾸고, 쓰레기를 줄여야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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