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 (사)인천사람과문화 77회 인천마당 강연
“치욕의 역사라 일제건축 철거해야 한다면 삼전도비 또한 없애야”
잇따른 근대건축물 철거 우려... “공론장 열고 보전대상 정해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공공기관이 매입해 활용방안을 구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인천의 근대건축유산 활용 방안은 전시관이나 카페 정도로 획일적이다. 건물은 사람이 살아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영역이 잘 어우러진 좋은 예시가 서울시 한옥마을들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인천 근대건축유산 27개 중 25개의 도면을 모아 책으로 펴낸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의 말이다.

손 교수는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지난 29일 주최한 77회 인천마당 강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인천 근대건축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

손 교수는 인천도시역사관이 발간한 학술총서 <문화재가 된 인천 근대건축>을 집필했다. 인천의 역사와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건축물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기획한 책이다. 인천에 지정된 근대건축유산 27개 중, 형태가 남아있는 25개를 도면까지 수록해 담았다.

“건물은 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당대 사고방식 반영”

손 교수는 “건축물은 당대의 문화적 가치나 사고방식이 결집된 결과물”이라며 “빅토르위고는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등장인물 프로로 부주교의 입을 빌려 ‘인쇄술이 건축물을 죽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인쇄술 발전 이전까지는 건축물이 문화를 기록하는 매체였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물은 내부를 활용하기 위해 짓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가면 건축유산을 겉에서만 보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에게 인천 건축유산들의 내부를 접할 기회를 주고 싶어 도면을 함께 수록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인천의 등록 근대건축물은 총 27개다. 중요도 순으로 국가사적 3개,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15개, 시 지정기념물 2개, 국가등록문화재 7개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강화솔정리 고씨댁가옥은 도면이 남아있지 않고, 강화 통제영학당지는 터만 남아있어 책에 싣지 않았다.

손 교수는 “인천은 국가등록문화재 숫자가 적어 보이지만, 시가 선진적으로 이미 문화재를 지정했기 때문에 굳이 따로 등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국가등록문화재보다 시 지정 문화재·기념물이 높은 등급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근대건축 활용방안,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은 도와야”

손 교수는 인천의 근대건축 중 비지정문화재가 계속 사라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동안 조일양조장·애경사·아베식당·미쓰비시줄사택·오쿠다정미소·신일철공소 등이 그동안 개발논리로 철거됐다.

그는 “근대건축이 철거되면 시민사회와 언론은 지자체를 비판하는 상황이 반복돼 현재는 내성이 생겼다. 이제는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모두 다 보존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일제강점기 건축유산도 ‘네거티브 문화유산’으로서 보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제기된 부평 미군기지 내 일본식 근대건축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시민청원을 두고 “치욕 역사라는 이유로 모두 철거해야 한다면, 남한산성 삼전도비도 철거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인천시건축사회관 건물.
인천시건축사회관 건물.

이어 “인천도시공사나 인천시가 종종 근대건축을 매입해 관리하려 하지만, 사실 제일 좋은 방안은 건물 소유자가 거주하거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옥마을들이 좋은 예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의 영역으로 근대건축 활용방안을 모색하면 주로 전시관이며, 민간은 죄다 카페이다. 너무 획일적”이라며 “인천에는 ‘인천시건축사회관’과 ‘칼리갈리 맥주양조장’ 건물이 잘 사용되는 사례다. 이처럼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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