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옥 인천평화복지연대 복지사업국장

홍수옥 인천평화복지연대 복지사업국장
홍수옥 인천평화복지연대 복지사업국장

인천투데이ㅣ‘올해 1월부터 노인, 한부모 수급권자 대상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됩니다’ 1월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지난해 8월 수립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의한 것으로, 2021년 노인과 한부모가구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초생활 수급권자가 되려면 1촌 직계혈족(부모와 자녀)과 그 배우자(며느리와 사위)인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른 요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송파 세모녀 사건, 관악구 탈북모자 사건, 인천 일가족 사망사건 등의 비극이 반복되고, 시민사회에선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지속 요구해왔다.

이번 복지부 계획은 언뜻 보면 진일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 소득 1억 원의 고소득자이거나 부동산 9억 원의 고재산가일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종전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폐지가 아닌 완화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 소득과 재산이 당연히 수급권자 소득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부양의무자가 실제 부양하는 경우에만 가능한데, 가족 해체 등으로 실제 부양을 못 받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아무리 완화하더라도 폐지가 아닌 이상에야 의미가 없다.

지난해 부양의무자 문제로 사회적 비극이 또 발생했다.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살던 60대 여성이 사망 뒤 수개월간 방치되고 아들은 노숙생활을 하다가 발견됐다.

이들 모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주거급여를 받고 있었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었으나 부양의무자인 전남편에게 알리기 싫다는 이유로 신청하지 않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형 기초보장제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기초생활 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부양가족이 있더라도 개인의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서울형 기초보장제 생계비 등을 지원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선도적 정책은 환영할만 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라 한계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는 생계·의료·주거 급여 중 하나만 받아도 서울형 기초보장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주거급여에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서 기존 서울형 기초보장제 혜택을 받던 이들이 정부의 국가보장제 대상이 돼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문제가 생겼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최저 기준(65세)은 여전히 유지되는 점, 급여의 불충분성 문제 등으로 서울시의 대책이 선언적 의미만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필요성 인식 확산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시 정책에 반영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인천에서도 인천형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인천복지기준선의 핵심 과제로, 인천시는 자체 기준 도입으로 사각지대 지원 강화를 밝혔다. 하지만 2021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은 반영돼있지 않다. 시는 사회보장제도 협의 완료 후 시의회와 21년 추진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혀 제도 시행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조속한 협의와 예산 마련으로 인천형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제도 시행 논의 과정에서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천만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2022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인천형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급여 현실화 등 인천시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가장 힘들 때 시민들의 희망 사다리가 되는 인천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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