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사위와 초교 중퇴자의 승부

여야의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인천 남구<을> 선거가 여야의 대결만이 아니라, ‘남성 대 여성’, ‘재벌가 사위 대 초등학교 중퇴자’와의 대결이라 선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구<을> 선거는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인 윤상현(49) 후보와 야권단일후보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안귀옥(54) 후보와의 맞대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구는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권으로 기존 선거 투표에서 보수 성향을 보여와 민주당에서도 ‘경합열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다 안 후보가 연수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가 지난달 남구<을>로 전략공천을 받아, 수년 동안 지역구를 관리해온 현역 의원인 윤 후보에 비해 조직세가 밀리는 형국이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이 전략공천에 한동안 반발해 당내 기반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두 후보의 재산 현격한 차이

하지만 안 후보 캠프에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이 속속 결합해 지원 태세를 구축하고, 안 후보의 ‘인생역정’이 알려지면서 ‘서민을 대변할 후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해 3주 앞으로 다가온 선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후보는 초선 의원으로 인천의 대표적 친박(=박근혜)계 정치인이다. 윤 후보의 부친은 한국투자신탁 사장이었다. 어렵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서울에서 초‧중‧고를 나와 198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조지타운 대학원 외교학 석사(87년)와 국제정치학 박사(94)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서울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지내다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18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윤 후보는 남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로 더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이혼 뒤 2010년 옛 롯데우유(주) 신준호 회장의 딸 신경아씨와 재혼했다. 한때 국가 최고 권력자의 사위였던 그가 ‘재벌공화국’으로 변한 대한민국 재벌가의 사위가 된 셈이다.

지난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내역을 보면, 윤 후보의 재산은 무려 21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회의원 재산 기록 5위를 차지했다. 결혼으로 인한 배우자의 금융‧예금 덕분에 2009년보다 150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안 후보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이겨내고 1997년 인천 최초로 여성 변호사사무실을 내고 여성권익 활동 등을 전개해왔다.
안 후보는 부모의 사업 실패로 인해 당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소켓 공장에 다녔다. 공장이 쉬는 날에는 행상을 하면서 재건야간학교를 다녀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검정고시학원을 다녀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1983년 인천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인천대 출신 첫 사법고시 1차 합격자(1992년)가 됐다. 사법고시 2차 시험을 다섯 번이나 낙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섯 번째에 합격(1995년)했다. 안 후보가 변호사사무실을 개소한 지 일주일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안 후보의 인생역정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안 후보는 변호사 개업 후 홈페이지에 ‘나홀로 소송’ 코너를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한 비용만 받고 송사를 맡기도 했다. 인천에서 가사와 여성인권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택시운전면허 자격증을 취득해 총선 기간에 시민과의 소통 행보에 나서고도 있다. 안 후보의 재산은 민주당 공천 신청 시 기준으로 약 12억원이다.

“진정한 서민의 대변자” ↔ “남구 발전 책임질 사람”

안 후보 캠프는 안 후보의 인생역정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진정 서민의 대변자가 누구인지를 선택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야권연대를 통한 반(反)서민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되겠지만, 인천에서 가장 낙후한 남구 서민들의 삶을 누가 진정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함께 뛰었던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선거대책본부에 결합하고 있고, 안 후보의 살아온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남구 바닥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후보 측은 현재는 윤 후보를 추격하고 있지만 막판 추월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겸손모드(mode)’다. 인지도와 조직력 등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판단해 겸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일 대 일 구도라 현재 상황은 박빙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본선에 들어가게 되면 격차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두 후보의 살아온 인생역정을 비교하면서 민심을 흔드는 것 같다’는 물음에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저희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인천에서 가장 낙후한 남구의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남구 재정 자립도가 30%가 안 돼 중앙 행정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앙 행정 지원을 누가 더 끌어올 수 있는가와 누가 남구를 사랑하는가를 유권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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