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 지역구 변경해 공천 신청…정치자금법 위반 남편 대신 출마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4.11 총선 지역구 공천에 여성 후보를 15% 의무 공천하기로 한 가운데, 인천지역 민주당 여성 후보들이 선거를 두 달 앞에 두고 지역구를 변경하거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편 대신 출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2월 6일 지역구 공천 여성 15% 의무 할당을 당규로 확정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18대 국회 지역구 의원 중 남성은 전체 245명 중 231명에 해당한다. 여성은 14명에 불과하다. 여성단체들도 여성 15% 의무공천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민주당의 15% 의무 공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선거 코앞에 두고 지역구 변경

민주당 안귀옥(54) 예비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인천 연수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선거 태세에 돌입했다. 안 예비후보는 2006년 연수구청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19대 총선을 위해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안 예비후보는 갑자기 2월 16일 인천 남구<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연수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마치고, 며칠 지나 남구<을>로 공천을 신청한 것이다.

민주당이 지역구 후보 여성 15% 의무 공천을 당규로 정한 상황에서 남구<을>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 지역구를 관리해왔다. 구자춘(51), 서준석(49), 박찬대(44), 권세헌(42) 예비후보는 두 차례 공동성명을 통해 공천 신청 철회와 공천심사위원회의 철저한 자격 검증을 촉구했다.

더욱이 안 예비후보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남구<을> 예비후보들은 “여성 전략공천제도가 특정 여성정치인이 꼼수를 부려 특혜를 받는 제도로 운영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상식에 반하는 공천 신청은 연수구와 남구 주민들에게 실망과 냉소를 자아내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인천 남구<을> 전 지역위원회 고문 등 핵심당원 24명은 28일 연명을 통해 “연수구 여성 예비후보가 남구<을> 단수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 공천기준인 정체성, 도덕성 기준이 경선의 경선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준석 예비후보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여성정치인에 대한 전략공천을 하려면, 최소한 자당 후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역구를 옮기는 후보를 단수 공천하는 것은 남구뿐 아니라, 연수구 주민에게도 해명이 안 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편 ‘대리(?) 출마’

인천 남동<을> 지역위원장을 지낸 이호웅(63) 전 국회의원의 부인인 박인혜(55)씨의 출마도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예비후보는 성공회대 외래교수로 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하는 등 여성운동을 해온 인물이라 민주당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26일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문제는 박 예비후보의 남편인 이호웅 전 국회의원이 A설계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대리 출마’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의원이 2월 5일에서야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부인 박 예비후보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지역구를 부인에게 승계하려한다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민주당 남동<을> 신맹순(68)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은 친인척 비리까지 공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개혁공천을 통해 의회권력을 교체해야할 민주당이 여성 15% 의무공천을 명분으로 전략공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재벌이나 권력과 싸우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인이 나오는 것은 납득이 되지만, 남동<을> 상황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한편, 신 예비후보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소속임에도 무소속 후보로 여론조사가 진행돼 불이익을 받았다”며 해당 여론조사업체를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남동구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요청했다.

신 예비후보는 “지난 24일 오후 8시 20분경 발신번호 02-6432-007*으로부터 남동<을> 선거구 내 가정집(만수3동 김아무개씨 집) 전화 032-462-67**로 걸려온 여론조사 내용 중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민주통합당 박인혜 후보, 무소속 신맹순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냐?’라는 여론조사가 진행했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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