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피플] 인천 여섯번째 공예명장, 이미자 한지공예가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인천 중구에 위치한 공방에 들어섰다. 인천시 여섯 번째 공예명장에 선정된 이미자(53) 한지생각이닥(주)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공방에 들어선 순간, 한지로 나오는 은은한 조명 빛이 추운 날씨를 잊게 만들었다. 조명과 소파, 손거울, 지갑 등 많은 한지공예품이 눈에 들어왔다. 한지로 만든 소파라니 더욱 놀라웠다.

“한지는 똑똑하고 선한 종이”

한지공예 작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이미자 명장.
한지공예 작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이미자 명장.

“한지는 똑똑하고 선한 종이다. 닥나무 껍질로 만들어 나무 근본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또한 빛을 투과하고 항균 효과도 있다. 자연친화적이기도 하다”

이 명장의 한지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는 한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냥 좋았다고 했다. 무작정 한지를 사서 붙이고 찢고 했던 게 직업이 됐고 명장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이 명장은 고등학교 시절 취미로 시작한 박공예를 통해 전통공예 길로 들어섰다.

공방은 1988년 경기도 김포시에서 박공예로 처음 시작됐다. 이 명장은 이때 한지를 접했고 한지공예를 하게 됐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독학으로 혼자 찢고 붙이고 오리며 기술을 발전시켰다.

김포에서 공방을 운영하던 이 명장이 인천 동구 배다리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최기선 인천시장의 발표가 이 명장을 배다리로 이끌었다.

“김포 공방 운영 중 최기선 시장이 배다리지하상가를 서울 인사동처럼 공예 거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걸 보고 무작정 다 정리한 뒤 인천 배다리 상가로 공방을 옮겼다”

이 명장은 배다리 지하상가가 기대했던 인사동 모습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인천에 자리를 잡게 됐다. 지금 자리하고 있는 신포동 공방은 차린 지 12년 정도 됐다.

도깨비·한글·직지심체요절·연꽃 등 전통무늬 사용

이미자 명장이 동판에서 한지를 떼어내고 있다.
이미자 명장이 동판에서 한지를 떼어내고 있다.

이 명장은 한지에 전통문양을 양각해 사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제조공장에서 구입한 한지에 문양을 새기고 이를 이용해 공예품을 제작한다.

한지에 문양을 새기는 방법은 동판에 한지를 대고 밀가루 풀을 바르는 과정이다. 이때 풀이 잘 스며들어 문양이 새겨질 수 있게 단단한 유화용 붓으로 수백 번 내리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문양이 새겨진 한지 여러 장을 겹쳐 하나의 단단한 한지 판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한지 판은 칼로 그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명장은 도깨비 문양과 한글, 직지심체요절, 연꽃, 국화 등의 무늬를 주로 사용한다. 한지 색은 오행을 나타내는 오방색(청·적·황·백·흑)을 많이 쓴다.

“가죽은 칼로 그으면 흠이 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는 칼을 그어도 흠집이 잘 안 난다. 그래서 예술작품을 넘어 실생활에 사용하는 물건도 만들 수 있다. 도깨비문양과 기와무늬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한글과 직지 같은 무늬는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지만, 이전에는 일본인 관광객과 러시아에서 온 한국어과 교수, 하루 동안 한지공예를 배운 미국인 등 기억에 남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했다.

공예인이 갖는 큰 어려움은 역시 경제적 문제다. 작품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에 비해 판매는 저조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전시회를 계획 중이다.

“패트병 이용 샹들리에 조명도 만들고 싶어”
“재활용 공예품 모아 전시회 여는 게 목표”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공예품.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공예품.

버려지는 물품들에 눈이 많이 간다는 이 명장은 올해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휴지심을 이용해 만든 연필꽂이, 버려진 도자기로 만든 꽃병, 재활용품으로 만든 바구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한지와 접목한 작품도 있다.

‘한지생각이닥’이라는 공방 이름은 ‘한지생각’과 ‘이닥’이 합쳐진 단어다. ‘이닥’은 ‘닥종이(한지) 만지는 이(사람)’라는 뜻이고 이 명장의 필명이기도 하다.

공방은 한지카페로 꾸며 차도 팔고, 2층은 갤러리로 한지공예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한지공예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인천공항 옆에 한지산업단지를 세우고파”

이 명장이 한지를 ‘똑똑하고 선한 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 만드는 친환경 소재이고, 자연과 사람에게 이롭고 항균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종이가 중국과 일본 종이보다 으뜸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그는 한지를 알리기 위해 한지산업단지를 세우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에 한지 재료인 닥나무를 키우는 농장과 제조공장, 공예공방, 체험관을 포함한 산업단지를 만들고 싶다.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

한편 이 명장은 지난 7일 여섯 번째 인천 공예명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공예명장 칭호 증서와 국내 외 전시회 우선 참가 기회 등을 제공받는다. 장려금 300만 원도 3년간 지원받는다.

이 명장은 “명장에 선정된 것이 ‘개근상’을 받은 느낌”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어도 한걸음씩 걸어와 받은 상인 것 같다. 작품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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