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엄마 김미숙씨와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등 국회 단식돌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입법 촉구... “법 제정 전 살아 나가지 않을 것”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청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6명이 중대재해기업처벌 제정을 촉구하며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와 정의당은 11일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얼마나 더 죽어야 하냐’고 법 제정을 외면한 민주당 등 거대정당을 규탄한 뒤, 연내 제정을 촉구했다.

단식에는 김미숙(고 김용균 엄마), 이용관(고 이한빛 아버지), 이상진(민주노총 부위원장), 이태의(비정규직 노동자, 12월7일 단식돌입), 김주환(비정규직 노동자, 12월 7일 단식돌입) 등이 참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촉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의 국회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촉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의 국회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

고 김용균 노동자를 떠나보내고 제2의 김용균이 없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거대정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끝내 외면했고 이날 또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재해로 사망했다.

9일 새벽 한국타이어 통근버스 추돌 사고로 기간제 노동자 1명이 사망했으며, 같은 날 오후 포항제철소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집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본 회의 전날인 8일에도 대우조선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재해로 사망했다.

국회 거대 정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미루는 만 하루 동안 사망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하지만 거대정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외면했고 그사이 또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정의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가 법안을 발의했고,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가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끝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상정조차 조차 안됐다.

올해만 해도 한익스프레스 이천 화재참사로 노동자 38명이 떼죽음을 당했고, 인천 남동공단에서, 포스코제철소에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매해 산재사망자 2400여명이 발생하는 나라, OECD 국가 중 산재사망사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재난사고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법안이다.

지난 9월 22일 10만 명의 동의로 국민동의청원이 성공한 것은, 그만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정당은 끝내 외면했다.

12월 7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이태의, 김주환 비정규직 노동자에 이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연내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2월 11일 단식에 돌입했고,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강은미 원내대표 등은 “지금도 어디선가 사람이 죽어간다. 날마다 7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 얼마 더 죽어야 합니까? 국민이 죽어 가는데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국회는 이제 이 죽음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촉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 국회 단식농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촉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 국회 단식농성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겁니다”라고 밝혔다.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는 “저희 산재피해가족과 사회적 참사 가족들은 아들과 딸, 형제자매, 부모를 잃었다. 가족을 잃은 순간부터 저희는 모든 삶이 멈추어 버렸다. 많은 분들은 살아야할 이유를 못 찾고, 먼저 떠난 가족을 따라 스스로 세상을 버리기도 한다. 많은 유가족들은 생업마저도 포기하고 오늘도 진상규명을 위해 울부짖고 있다”라고 절규했다.

그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기업은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런 참극이 하루에 6~7명씩 수십 년간 지속됐는데 정부와 국회는 방치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유가족은 일터에서 가족을 잃는 참극을 멈추게 하기 위해 10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주기를 바라며 지난 12월 7일부터 정의당과 함께 국회에서 농성 하며 국회의원들에게 간절히 호소했다. 정기국회에서 수많은 법안이 통과됐으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저희 유가족들은 피눈물이 흐른다.”라고 호소했다.

이 피디의 아버지는 또 “이제 저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생명보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저희 가족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나. 그저 모든 삶이 부서져버린 저희 같은 가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 일하러 갔다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계속되는 죽음을 보며 고통 받지 않기 위해, 그래서 저희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오늘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다.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겠다. 국회는 조속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달라. 제발 저희가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

고 김용균 노동자의 엄마 김미숙씨는 “어제가 용균이 얼굴을 못 본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달라고 농성하느라, 추모제가 열린 태안에도 못가 봤다. 아직도 용균이가 없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데, 벌써 2년이 흘렀다. 용균이로인해 만들어진 산업안전법으로는 계속된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변한 게 없다.”라고 절규했다.

고 김용균의 엄마는 “매일같이 용균이처럼 끼어서 죽고, 태규처럼 떨어져 죽고, 불에 타 수십 명씩 죽고, 질식해 죽고, 감전돼 죽고, 과로로 죽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학약품에 중독돼 죽는다.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다.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롭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좀 만들어달라고, 정부와 국회가 안전을 책임져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국회에서 7일부터 노숙농성을 했다. 의원들에게 법 좀 만들어달라고 허리 숙여 간절히 얘기 했다. 때로는 들리지 않을 것 같아 소리 높여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하고 있다니 너무나 애가타고 답답해 어쩔 줄 모르겠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고 김용균의 엄마는 또 “그래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 저는 밥을 굶어본 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른 사람들이 단식을 하는 것도 따라다니며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제 스스로 택했다. 제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거다. 법이 제정될 때까지 잘 버텨보겠다”라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촉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의 국회 단식농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촉구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의 국회 단식농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될 때까지 태규 보러가지 않겠다”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고 김태규 노동자의 누나 김도현씨는 “후진국형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유족이 단식까지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눈물난다”며 “태규를 볼 자신이 없다. 법이 통과 될 때까지 태규를 보러 가지 않겠다. 꼭 통과시켜 달라”고 전했다.

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김동준 학생의 엄마 강석경씨는 “일 배우러 나간 제 아들 동준이는 6년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비참한 일을 겪는 국민들이 날마다 생기고 있다. 내 새끼는 못 지켰지만, 더 이상 저 같은 고통 속에 절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며 “너무 마음 아프지만, 용균 엄마와 한빛 아빠가 단식을 한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빨리 제정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허경주 공동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는 폐선하려던 일본 유조선을 중국에서 개조해 화물선으로 운항하다 침몰했다. 개조허가도 안전검사도 국가가 제대로 했어야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대한민국 최초 심해수색용역이 진행됐지만 단 한명의 공무원도 현장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은 최종적으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뒤 “그러나 공무원 누구 한명도 책임지지 않았다.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깨고 잘못된 업무처리에 제대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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