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구정질의서 사라진 체육회 보조금 관련 질의
사무국장 가족 2명 동구 교통과, 치매안심센터 취업
“사무국장 선임부터 허인환 청장 임기 중 이뤄진 일”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동구체육회 보조금 약 1억6000만 원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동구의회가 집행부를 향해 거센 질의를 이어갔다. 보조금 분실의 책임자로 지목된 사무국장 가족의 채용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4일 제247회 동구의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행한 구정질의에서 윤재실(민주당, 동구가) 의원은 동구체육회 보조금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질의하며, 체육회 사무국장 가족의 수상한 동구 취업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동구청사. (사진제공 인천 동구)
동구청사. (사진제공 인천 동구)

이에 앞서 지난 달 23일 동구의회가 동구 문화홍보체육실을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허식(국민의힘 동구가) 의원은 “보조금 분실 등 문제 방지를 위해 다른 단체는 e-나라도움 등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만, 동구체육회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행감에선 장수진(민주당, 비례) 의원이 체육회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의 근로계약서와 업무분장표를 근거로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구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 A씨가 지난 8월 10일 자신의 차에서 숨진 채 경찰에 발견됐다. 동구체육회는 같은 날 직원들의 4대 보험 납부를 위해 계좌를 확인하던 중 보조금 약 1억6000만 원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당시 A씨는 연차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던 기간 야간에 동구체육회 사무실을 방문해 보조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터넷 계좌 이체를 위해선 공인인증서, 계좌 비밀번호, 보안카드 또는 OTP가 있어야하는데, 책임자인 체육회 사무국장이 이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책임자인 사무국장의 책임회피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다.

이날 구정질의에선 ▲동구체육회 사무국의 전문성 결여와 보은성 인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제 식구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 ▲처리과정에서 책임 회피 등이 지적됐다.

윤 의원은 “사무국의 업무분장표를 보면, 사무국장은 사업비 관리 총괄 등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음에도 사건 발생에 대해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며 “사무국장의 전문성 결여와 관리소홀로 직원 A씨의 일탈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동구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지만, 위원회 구성부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 불 보듯 뻔 했다”고 꼬집었다.

사건 발생 후 동구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사건 관련자로는 사무국장과 생활체육지도자 2명이 지목됐다. 위원회는 사무국장에 감봉 3개월, 생활체육지도자 2명에겐 견책 징계를 결정했다. 모두 경징계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간사로 사건 관련자인 사무국장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선 시공무원과 시체육회 관련자가 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는 것을 고려하면 ‘셀프징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또 윤 의원은 지난 해 8월 선임된 사무국장과 올해 1월 취업한 동구 직원 2명과 관련한 화면을 설명하며 “허인환 동구청장 임기 내에 이뤄진 인사다. 3명에 대한 인사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1월 동구 교통과와 동구 치매안심센터에 각각 취업한 사람은 사무국장의 여동생과 오빠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청장이 부임 후 체육회 사무국장과 가족에 대해 보은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일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윤 의원은 관련 질의를 마무리하며 “지난 행감에서 사무국장은 ‘기억이 안 난다’, ‘열심히 했다’ 등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의원들의 수위 높은 질타에도 인적쇄신이나 조직개선이라는 고통분담을 함께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사라진 보조금에 대해 목을 변경해 사무국장 인건비를 채워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동구는 사라진 동구체육회 보조금 약 1억6000만 원과 관련해 이 중 인건비 약 1억 2400만 원을 기타보상금 명목으로 2020년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보조금이 사라진 뒤 체육회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송광식 동구의회 부의장은 “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행정엔 원칙이 따라야한다”고 한 뒤 “같은 목적으로 예산을 두 번 승인하는 것은 의원들로써 부담스러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육회의 인적쇄신 등 자구책 마련 없이 의원들의 무작정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주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번 추경에 해당 예산이 통과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윤 의원의 질의에 대해 허 청장은 오는 7일 까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허 청장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