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공동체 인천 ‘미추홀구 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
“에너지자립 마을 만들기, 발전 수익보다 더 값지죠”

인천투데이=조연주 기자 | 햇빛은 모두에게 똑같이 내리쬐지만, 이 햇빛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천 ‘미추홀구 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다.

미추홀구 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은 미추홀구 지역을 기반으로 소음이나 악취,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조합원은 약 80여 명이다. 

학익1동 성당 인근 공영주차장에 햇빛발전 1호기 2호기가 설치됐다. 
학익1동 성당 인근 공영주차장에 햇빛발전 1호기 2호기가 설치됐다. 

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익1동 원도심 의 노적산 호미마을은 노후한 주거환경과 심각한 쓰레기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랬던 호미마을은 2014년 마을재생 사업으로 선정돼 벽화작업, 도로 정비 작업, 가로등 설치 등을 통해 산뜻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탐방을 오기도 한다. 

당시 마을재생에 참여했던 이재혁 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을만들기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 이사장의 고민은 ‘마을을 단지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를 넘어 이 곳에서 쓰이는 에너지 문제로 확대됐다. 미추홀구 유휴공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협동조합은 설립 이후 인천 최초로 민간과 행정이 공동으로 투자해 태양광 발전설비 햇빛발전소 1~3호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1·2호기는 학익동 성당 인근 공영주차장에 설치돼있다.

올해 2월 3호기가 미추홀구 운동장 스탠드 위에 설치됐다. 발전용량은 총 73kw다. 연간 1500만~1700만 원의 수익이 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조합원들이 만들어 낸 소중한 성과다. 

3호기는 미추홀구청 운동장 스탠드에 설치됐다. 발전용량은 약 23kw다. 
3호기는 미추홀구청 운동장 스탠드에 설치됐다. 발전용량은 약 23kw다. 

여기서 생긴 수익금 중 일부는 예비비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마을 곳곳에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또 다시 짓는데 쓴다. 외벽 단열, 창호와 LED 교체 등 주택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도 사용한다. 

미추홀 햇빛 담은 집 1호. 
미추홀 햇빛 담은 집 1호. 

주민커뮤니티 시설 미추홀 햇빛 담은 집 1호도 만들었다.

여기에는 600w 규모의 패널이 설치됐다. 냉장고와 에어컨은 따로 전기세를 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모임을 갖고,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출마 당시 에너지자립 도시 만들기를 천명한 김정식 미추홀구청장이 당선되며 시기도 잘 맞아 떨어졌다.

민관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진 점을 높이 사 ‘태양광발전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솔라리그에서 한국에너지공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협동조합은 저소득층 32세대를 대상으로 주택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도 총 1500w규모의 미니 태양광을 지역에 보급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단순히 발전기와 단열창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쓰는 에너지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게 된다.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환기를 하게 만드는 것 또한 협동조합이 의도한 바다. 

여기에 협동조합은 ‘에너지자립교실’을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마을발전, 기후위기 등을 공부하는 프로그램 진행을 준비중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미뤄졌다. 또한, 주민이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주민공모펀드 ‘미추홀 햇빛펀드’를 인천 최초로 시도해 1200만 원의 민간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햇빛발전 2호기 옆 화단에는 스마트 플랜터가 설치돼있다. 
햇빛발전 2호기 옆 화단에는 스마트 플랜터가 설치돼있다. 

마을을 꾸미는데 쓰이는 에너지도 직접 만든다. 햇빛발전 2호기 옆에는 화단이 깔려있는데, 이 옆에는 빗물을 받아 놓았다가 주기적으로 작은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화단에 물을 주는 '스마트 플랜터'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탄소배출 없이 진행된다.

이재혁 협동조합 이사장은 “미추홀구라고 특별히 햇빛이 더 잘드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햇빛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지금은 한 마을의 일부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머물고 있지만, 인천 전체를 에너지자립도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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