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방식 ‘오리무중’, 부평<을> 또 낙하산?
새누리 다선 의원 지역구 경쟁 치열 '기현상'

새누리당 부평<갑> 총선 후보 공천 신청자. 왼쪽부터 오흥범, 조진형, 정유섭, 한원일.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앞선 17대 총선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은 현재까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결코 유리한 형국이 아니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 심화, 남북관계 파탄 등으로 인해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등은 그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이는 18대 총선에 비해 전국적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의 공천 신청자가 많이 늘고,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자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평구 지역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문병호, 홍영표 체제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 인천시당 위원장인 문(부평갑) 예비후보와 한명숙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초선의 홍(부평을) 의원의 아성에 도전하는 당내 경쟁 상대는 없는 상황이다.

반면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는 전국과 인천의 평균 이상이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 마감 결과, 전국 245개 선거구에 총972명이 응모해 평균 ‘3.9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은 ‘3.67 대 1’이다. 18대 총선 당시 지역구에 1171명이 신청해 ‘4.7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저조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평<갑><을> 선거구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략공천이냐, 경선이냐? 새누리당 공천 ‘오리무중’

이에 따라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에게는 당 지지도 하락 등으로 예년에 비해 어려운 상황에서 넘어야할 산이 하나 더 생길 수 있다. 바로 당내 경선이다.

얼마 전 새누리당 중앙당은 부평<갑>,<을> 선거구에 대한 여론 등 실태조사를 했다. 부평<갑>에서 조진형 의원에 대한 평가는 무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오흥범(51) 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인천시 특별보좌관, 정유섭(58) 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한원일(52) ‘함께하는 미래공동체’ 회장은 조 의원을 추격하는 데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다선 의원의 용퇴 등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라, 부평<갑>에서 3선의 조 의원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럴 경우 조 의원과 다른 예비후보자 중에서 한 명을 선정해 경선을 치르게 된다. 조 의원 측은 관계자는 "자체 여론 조사 등에서 당 지지율보다 10%가 높고, 타 후보와의 격차로 당내 경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14일 총선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 지역에서 당원 20%, 국민 80%의 비율로 1500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꾸려 경선할 방침을 세웠다.

새누리당이 부평<갑>을 경선 지역으로 선정할 경우, 당내 경선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악재가 추가되는 셈이다. 일부 예부후보 캠프에선 “본선보다 당내 경선에서 체력을 소진해 본선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부평<을> 총선 후보 공천 신청자. 왼쪽부터 강창규, 김연광, 박윤배, 조용균.


새누리당 부평<을> “낙하산 공천은 공멸”

새누리당 부평<을> 총선후보 공천엔 강창규(57) 인천서부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김연광(50)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 박윤배(60) 부평미래포럼 이사장, 조용균(52) 전 박근혜 대통령 경선후보 인천시 법률지원단장 등 모두 4명이 신청했다.

이들 가운데 2~3명 정도로 후보를 압축해 경선을 치를 공산이 커 보인다. 중앙당에서 이른바 낙하산 전략공천도 예상되지만, 2008년 18대 총선과 2009년 재선거 때 낙하산 공천으로 당내 분열을 초래한 전례를 피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예비후보자들의 변별력과 중앙정치력, 지역친화력과 미래경쟁력 등을 고려한 전략공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략공천 여부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몇 번에 걸쳐 지역 연고가 없거나 활동이 부족한 후보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당내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전략공천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 생환과 야권연대 성사 여부 관심

19대 총선에서 부평지역의 관심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시절부터 20년 넘게 부평의 맹주를 자처해온 조진형 의원의 생환 여부다. 이는 조 의원과 문병호 후보의 세 번째 대결에서 누가 이기냐와 결부된다. 17대 총선에선 문병호, 18대에선 조진형 후보가 승리했다.

역시 연동되는 지점으로 야권연대 즉 야권후보단일화 성사 여부다. 집권여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의 ‘1 대 1’구도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옛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그룹)가 통합해 탄생한 진보당 입장에서 민주당에 후보를 무조건 양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보당의 경우 이용규(부평갑) 인천시당 지도위원과 김응호(부평을) 인천시당 사무처장이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또한 정치 신인의 등장 여부도 관심사다. 부평 출신의 정유섭, 한원일, 김연광, 조용균 같은 후보들이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당락을 떠나 부평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이는 새누리당이 사실상 와해된 부평<을> 조직을 재건할 수 있는 구심점을 세우는 문제와도 결부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홍영표 의원과 문병호 예비후보의 정치적 위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홍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면, 중앙당뿐 아니라 지역에서 안전히 입지를 굳힐 수 있다. 홍 의원은 2008년 부평<을> 재선거에서 최용규 전 의원과 송영길 인천시장의 전폭적 지지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당내 기반이 아직은 튼튼하지 않은 편이다.

문 예비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것으로 재선 의원으로서 그 정치적 위상이 시당 위원장에 이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문병호, 통합진보당 이용규ㆍ김응호, 무소속 이근호.

다선 의원 지역구 경쟁 치열 '기현상'

한편, 19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현황에 따르면 인천지역 다선 의원의 지역구엔 정치신인들이 대거 도전장을 낸 반면, 초선 의원에게는 도전자가 없었다. 과거 선거 때와 다른 현상이다.

새누리당 4선의 이경재(71) 의원의 지역구인 서구강화<을> 지역엔 총 7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같은 4선의 이윤성(68)의원의 지역구인 남동<갑>에도 이 의원을 포함해 7명이 몰렸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3선의 황우여(65) 의원의 지역구인 연수구에도 3명이 공천 신청했다.

반면 초선의 윤상현(50 남을), 이상권(57 계양을), 이학재(48 서구강화갑), 홍일표(56.남갑) 의원의 지역구엔 공천신청자가 현역 의원 외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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