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히어로 홍이삭 / 떠오르는 기타여신 장하은
어쿠스틱 감성 음악영화 ‘다시 만난 날들’에서 호흡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밴드음악을 주로 했던 싱어송라이터 홍이삭(32)과 클래식기타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뽐내고 있는 장하은(25)이 만났다. 서로 다른 분야의 음악을 하다가 만났지만, 최근 함께 촬영한 영화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

홍이삭은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봄아’로 동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6년 ‘너의 목소리가 보여 2’ 신혜성 편에 출연해 영화 ‘노팅힐’의 주제곡을 불러 실력을 뽐냈다.

지난해엔 <JTBC> ‘슈퍼밴드’ 최종 결선에서 ‘모네’라는 팀을 이끌어 4위를 차지했다. 결선 모든 무대를 자작곡으로 채웠다. 9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다시 만난 날들’에선 주인공 역과 함께 음악감독을 맡아 영화의 모든 음악을 그의 것으로 채웠다.

장하은은 중학교 2학년부터 클래식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기타를 좋아했던 아버지(장형섭)에게 음악수업을 받고 꾸준히 연습했다. 국ㆍ내외 공연을 연간 100회 넘게 다니면서 실력을 쌓았다.

러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수차례 협연했다. 2017년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를 하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기타만 치다가 최근 작곡을 배우고 있다는 장하은은 영화에 함께 출연한 홍이삭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물포에 살고 있는 홍이삭과 영흥도에 살고 있는 장하은은 모두 인천과 인연이 깊고, 그만큼 인천에 대한 애정이 많다. 이들과 웃음이 끊이지 않은 인터뷰를 했다.

홍이삭과 장하은
홍이삭과 장하은

두 뮤지션, 영화 ‘다시 만난 날들’에서 호흡

‘어쿠스틱 감성과 웰 메이드 음악이 어우러진 빛나는 청춘의 노래가 담긴 감성 음악영화’라는 설명을 담은 영화 ‘다시 만난 날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화제작 ‘어둔 밤’을 연출한 심찬양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심 감독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두 뮤지션을 주연배우로 캐스팅했다.

홍이삭은 “‘다시 만난 날들’은 주인공이 음악을 하는 영화다. 거기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돼 영화에 주인의식이 많이 생겼다”라며 “영화를 찍은 뒤 지금까지 후반 작업에 참여하면서 남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하은은 “이삭 오빠의 ‘봄아’라는 노래를 좋아하는 이삭 오빠의 팬이었다”고 한 뒤 “음악을 들으면 나무가 생각난다는 자연주의 보컬이라는 별명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감성이 묻어 있는 음악이 많이 수록됐다. 이삭 오빠의 노래는 다 좋다”며 웃었다.

영화 속에서 태일(홍이삭 분)과 지원(장하은 분)은 락 스피릿 충만한 중학생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다. 자연주의 보컬 홍이삭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다.

홍이삭은 “음악감독이라는 위치에서 감독님의 시나리오와 요구를 따라야했다. 감독님이 워낙 락에 조예가 있으셔서 고민이 깊었다”고 한 뒤 “어릴 때 음악을 좋아했던 계기가 락이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락 음악이 있다.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장하은은 홍이삭을 보고 “(영화 속에서) 락 잘하시던데요”라며 웃더니 “평소 자주 사용한 클래식기타를 연주하는 장면도 있었고, 이삭 오빠와 호읍을 맞춰 하는 장면에선 통기타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 조금 늦게 참여했음에도, 감독님이 원래 스타일대로 연주할 수 있게 시나리오를 많이 수정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장하은
장하은.

장하은 부모의 첫 만남과 닮은 영화 첫 장면

홍이삭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도 인천 태생이다. 그는 “부모님이 가난하게 자라셔서 제물포 뒤편에서 우물물을 푸러 다니시고 꿀꿀이죽을 드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 뒤에도 할머니가 제물포에 살고 계셔서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인천을 찾았다. 고향이어서 푸근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지금은 할머니와 함께 제물포에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하은에겐 ‘인천이 낳은 기타리스트’라는 표현이 따라 붙는다. 그는 “아버지는 인천에서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시고 굉장히 오래 사셨다. 엄마는 인천대학교 출신으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기타학원에서 만나셨다. 그래서 내가 태어났고, 인천이 낳은 기타리스트가 맞다”고 말했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고향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지원을 태일이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장하은 부모님의 첫 만남과 닮았다’고 하자, 장하은과 홍이삭은 서로 보며 수줍게 웃었다. 장하은의 아버지가 운영한 학원은 제물포에 있었다. 홍이삭의 고향이다. 묘한 인연이다.

홍이삭.
홍이삭.

“편한 음악으로 팬들 만나고 싶어”

‘홍이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JTBC>에서 방영한 ‘슈퍼밴드’다. 결선에서 ‘모네’라는 팀을 이끌며 4위에 올랐다. 결선 모든 무대를 그의 자작곡으로 채웠다. 그는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출연자 모두 자기만의 음악세계가 있었다. 전략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은 우리 팀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우리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물이 자작곡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이야기와 내 음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한다. 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부를지의 고민이다. 그런 점에서 하은이와 조금 다르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장하은은 현재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공부 중이지만, 호서예술전문대학에서 실용음악과를 다니면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앞으로 할 음악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영화를 촬영하면서 음악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홍이삭이 멋져보였다고도 했다.

그는 “클래식 기타로 입문해 대학 입학 전까지 다른 음악을 모르고 살았다. 실용음악 공부를 하면서 다른 음악에도 눈을 뜨고 있다. 신세계였다”라며 “즐겁고, 그 안에서 내 이야기를 녹여낼 수 있구나 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촬영하면서 영화에 필요한 음악을 급하게 만들어야할 일이 생겼다. 이삭 오빠가 1시간도 안 돼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 모습이 정말 멋졌다”고 웃자, 홍이삭은 “영화에 쓰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멋쩍어했다.

홍이삭은 “글을 쓰기 위해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우고, 초등학교에서 단어를 배우며, 중ㆍ고등학교에서 문장과 문단을 배운다”고 한 뒤 “음악도 마찬가지다. 단계별로 배우면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대단하게 보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고 겸손해했다.

이들의 향후 음악 활동 계획이 궁금했다. 장하은은 “음악 활동을 하면서 조금 가볍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며 “지금까지는 틀에 박혀 완성도 있게 만들려고 했다면, 앞으로는 크고 무겁게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연주뿐만 아니라 노래도 함께 해보려고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이삭도 “좀 내려놓고 가볍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위해, 잘 보이기 위해 산다고 해서 사람들이 곁에 있지 않더라”라며 “잘 할 수 있는 음악이 뭘까 생각하면서 음악을 해도 듣는 사람만 듣게 되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벗고 편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둘은 9월에 개봉하는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을 많이 찾아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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