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100kg 모아야 수입은 5000원 남짓
인천 생계형 폐지 수거 1만8000여명 추산
인천시 관련조례 있으나 별도 지원 없어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산업 전반뿐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천에서 폐지를 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은 인천시의 별다른 지원이 없어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려있다.

6일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을 만나보니,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코로나19 이후 폐자원 수출량이 줄면서 폐지 가격도 이전에 비해 더 낮아졌다.

만60세 이상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인 인천계양시니어클럽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관과 협약한 폐자원 수거업체는 ▲폐지(파지) 1kg 55원 ▲신문 등 종이 1kg 70원 ▲옷 1kg 50원 ▲플라스틱 1kg 30원 ▲고철 1kg 100원의 단가를 책정했다.

이 가격은 기관과 협약한 후원 거래처 기준이므로, 노인 개개인은 이보다 5~10원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한다. 폐지 100kg를 모아야 5000원 남짓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폐지를 줍는 노인은 대부분 70~80대이고, 90세가 넘은 이도 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일해야 폐지 20kg를 겨우 주울 수 있고, 일주일 내내 주워야 6000~7000원을 벌 수 있다. 따라서 폐지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의 폐지 수거 노인은 인천 전체 노인 중 5.98%, 생계형 폐지 수거 노인은 4.90%였다. 이를 2019년 인천시 만65세 이상 노인 인구 38만여 명으로 환산하면, 폐지 수거 노인은 2만2000여 명, 생계형 폐지 수거 노인은 1만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10년 넘게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는 박완성 씨는 “더운 날씨에 힘들게 폐지를 수거하지만 일한만큼 돈벌이가 안 돼 억울하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는 박완성 씨는 “더운 날씨에 힘들게 폐지를 수거하지만 일한만큼 돈벌이가 안 돼 억울하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폐지를 줍고 있다는 박완성(80) 씨는 더운 날씨에 힘들게 폐지를 줍지만 일한만큼 돈벌이가 안 돼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여름에는 몇 시간만 일해도 땀으로 흥건해져 옷을 짜야하는 수준”이라며 “열이 많은 체질이라 더 힘들지만 어려워도 참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옷이 최고 비쌀 때 1kg에 600원도 받았지만, 지금은 수출이 막혀 50원을 받고 있다. 하루에 버는 돈은 2000원 정도”라며 “일하는 것에 비해 값이 너무 싸서 청와대에 가서 호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김영례(73) 씨는 “폐지를 많이 가져가봐야 한 달에 4만 원 정도 번다”며 “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하는데, 시니어클럽 지원 외에 인천시에서 지원받는 물품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시에 폐지 줍는 노인들 경제적 지원책은 따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인천시 재활용품 수집 노인 및 장애인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연간 예산 1억 원으로 1187명에게 방한용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마저 군ㆍ구별로 폐기물 수집 업체를 통해 신청 받은 노인 일부만이 대상이다. 시는 폐지 수거 노인 실태 파악조차 않고 있다.

한경남 시 노인정책과 팀장은 “조례에 근거한 재활용품 수집 노인 지원 물품은 신청해야 나가는 구조로,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정책을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노인들이 코로나19로 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있어 지금 당장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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