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 공교육 정상화, 교육격차 해소로 이뤄진다 ①

인천 과밀학교 70% 이상 신도시에 몰려, 학습권 침해 우려
신설 심사기준 완화 무색, 지역특성 따른 차별적 기준 필요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송도ㆍ청라ㆍ영종ㆍ검단 신도시 등의 과밀학급 현상은 인천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과밀학급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돼야한다. 그러나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이하 중투심)의 까다로운 기준과 무분별한 주거단지 개발에 따라 과밀학급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평균 30명 이상, 중ㆍ고등학교는 35명 이상일 경우 과밀학교로 분류한다. 인천시교육청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인천의 과밀학교는 16개교, 과밀우려학교는 31개교로 총 47개교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송도 14개교, 청라ㆍ검단 14개교, 영종 6개교가 포함돼, 72%가 신도시에 몰려있다.

이에 시교육청은 올해 교실 증축(10개교), 학급 증설(15개교), 통학구역 조정(6개교), 배정 방법 개선(4개교)을 위해 예산 319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2024년에는 과밀학급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인천의 과밀학교는 모두 9개교로 줄었다. 하지만 신도시 학령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과밀우려학교 대책 마련은 계속 필요하다.

교육부 중투심 기준 완화 무색, 학교 신설 여전히 가시밭길

시교육청은 신도시 인구 유입에 따른 과밀학급 해결책으로 학교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중투심 기준이 신도시 학교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 현 중투심 기준은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시교육청은 영종하늘도시 신규 입주 수요에 맞춰 2023년 개교를 목표로 31학급 규모의 중학교(가칭 하늘1중)를 지으려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하늘1중 신설 계획이 교육부 중투심에서 탈락했다. 연속 네 번째 탈락이었다.

이로 인해 시교육청의 과밀학교 대책에 불똥이 떨어진 상태다. 하늘1중이 2023년까지 개교하지 않으면 주변 중학교들의 학급당 학생 수가 41.9명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학교 신설과 관련해 시ㆍ도교육청들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7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중투심 대상 기준이 2004년 총사업비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축소된 것은 지방분권과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심사규칙 개정을 요구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기준이 300억 원인데, 시ㆍ도교육청은 100억 원이라 형평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재정투자심사 제도 개선안.
교육부 재정투자심사 제도 개선안.

이에 교육부는 올해 4월에 학교 신설이나 증축 등의 기준을 낮추기 위해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일부 개정령을 시행했다. 심사 대상 기준이 총 사업비 100억 원 이상에서 300억 원 이상으로 바뀌고, 정기심사가 연 2회에서 3회로 확대됐다.

그런데 심사 대상 사업비 기준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사업비 100억~300억 원 신규 투자사업 중 정부의 보통교부금을 받으려는 학교 신설과 이전재배치 사업은 여전히 중투심을 거쳐야한다. 이에 따라 자체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시ㆍ도교육청은 중투심 기준 완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적정규모 학교 육성정책, 지역갈등 유발…행정 비효율 야기하기도

또, 학교 신설과 소규모 학교 이전재배치를 연계하는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정책’은 신도시 학교 신설을 막아, 인천의 상황에 맞지 않다고 지적된다. 이 정책에 따르면 학교 1개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교 1개를 신설 학교와 통폐합하거나 이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원도심 공동화가 우려되는 데다, 이조차도 중투심을 거쳐야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학생들의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원거리 통학 발생으로 통학 안정성도 낮아질 수 있다. 부평구 일신동ㆍ부개1동에는 중학교가 없어 이곳에 사는 학생들은 경인전철 부개역 철길을 넘어 부개2ㆍ3동에 있는 중학교를 다녀야한다. 주민들은 10년째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을 위해 버스노선 신설이라도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천시와 협의가 잘 안 되고 않다.

또한 학교 이전재배치를 놓고 신도시와 원도심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2012년에 동구에 있던 박문여중ㆍ고교가 송도신도시로 이전할 때 동구 주민들은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위축을 걱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올해 2월 부평구 산곡동에 있는 명신여고와 인천외고가 각각 송도와 청라 신도시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부평구 주민들과 송도ㆍ청라 주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4월 총선에선 후보자들의 공약으로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은 행정의 비효율도 야기할 수 있다. 학교 이전재배치는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기에, 민심을 의식한 시의원들의 부담이 크다.

송도 6ㆍ8공구 개발 계획도.
송도 6ㆍ8공구 개발 계획도.

송도 오피스텔 학령인구 급증…준주택 학교용지부담금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학교 신설과 이전재배치를 심사할 때 지역 특성에 따른 차별적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천연구원의 ‘인천시 신도시지역 교육시설 적정화를 위한 정책 제언’에서 배은주 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시설 적정 공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신도시 학생과밀 지역에는 학교 신설을 먼저 허용하고, 이전재배치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정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 연구원은 “지자체의 도시개발계획과 교육청의 학교시설계획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절차를 보면, 지자체가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학교용지를 마련하면, 교육청이 나중에 학교를 설립한다. 그런데 학교시설 공급계획과 실제 학교 설립 계획이 불일치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용지를 마련하는 단계부터 교육청과 지자체가 긴밀하게 협의해야한다는 제안이다.

실제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신도시 상업지구 등에 오피스텔을 무분별하게 허가해줘 중학교 과밀학급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교육청은 오피스텔이 늘면서 학령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 학교용지를 확보해야한다고 보지만, 인천경제청은 현 지구단위계획을 고려했을 때 학교용지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2024년 기준 송도국제도시 중학교 6곳의 학생 수가 학급당 평균 37.6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4월 기준 송도신도시 내 신송ㆍ예송ㆍ해송ㆍ박문중학교 등은 모두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5명에 가까워 과밀우려학교에 해당한다. 특히 송도 6ㆍ8공구에 중학교 용지(가칭 해양3중) 인근에 공공주택 9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인천경제청이 오피스텔로 인한 학령인구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과밀학급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돼있어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지 않는다. 공동주택 입주민과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시교육청이 학령인구를 과하게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교육청은 오피스텔 등 준주택에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할 것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비한 관련 법령과 관계기관 협의가 아쉬운 상황이다.

미래 교육환경 대비 ‘학교 규모 다양화’ 검토도 필요

미래 교육환경에 대비해 학교 규모를 다양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의견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규모의 학교가 질 높은 교육을 실현하기에 적합할 수 있다는 주장은 폐교 위기를 극복한 학교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래된 사례이지만 경기도 광주 남한산초교는 농촌형 자연학교를 표방해 폐교 위기를 극복했으며, 인천에서는 강화 양도초교가 이를 본받았다.

통합학교로 운영하는 방안도 미래 교육환경에 대응하는 방법일 수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해 학교 수가 줄면 학생들의 통학 편의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이웃 학교 간 통합, 남녀학교 통합, 초ㆍ중ㆍ고교 간 통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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