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산성 남문의 ‘강도남문’ ‘안파루’ 친필 현판
이름붙인 평화전망대 제적봉 ‘공산당 제압하자’ 의미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 남아있는 전두환씨 흔적에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쿠테타 당시 함께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흔적도 인천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5·16 군사정변의 주역으로 박정희 군사정권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인천투데이>의 취재 결과, 인천에 전두환 씨 흔적에 이어 군사정변의 주역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흔적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군부독재 청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인천엔 아직도 군부독재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의 흔적은 강화도에서 찾을 수 있다. 강화군 강화읍 국화리 산3번지에 위치한 강화산성에는 그가 직접 쓴 현판이 걸려있다.

강화산성 남문 바깥쪽에 걸려있는 '강도남문' 현판.
강화산성 남문 바깥쪽에 걸려있는 '강도남문' 현판.

강화산성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고종 19년(1232년) 강화로 수도를 옮겼을 때 쌓은 성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규모가 작았다. 조선 전기 개축했으나 1637년 병자호란 때 파괴됐다.

이후 숙종 때 성을 보수하면서 동락천 건너 남산까지 포함해 규모를 확대했다. 현재는 북산과 남산, 견자산으로 이어진 포곡식 산성으로 둘레가 7122m다. 대문 4개, 암문(暗門) 4개, 수문 2개가 있고 북산과 남산 정상에 관측소이자 지휘소인 북장대, 남장대가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현판이 걸린 곳은 남문이다.

강화산성 남문에 안쪽에 걸려있는 '안파루' 현판
강화산성 남문에 안쪽에 걸려있는 '안파루' 현판

남문은 1955년에 문루가 무너졌다가 1975년에 복원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 씨가 ‘강도남문(江都南門)’ 현판을 썼다. 안쪽에는 남문의 누각 ‘안파루(晏波樓)’의 현판도 당시 김종필 씨가 쓴 것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흔적은 이뿐이 아니다. 강화 평화전망대가 있는 제적봉의 이름도 그가 붙인 것이다.

1966년 이 곳을 방문한 당시 민주공화당 김종필 의장이 북녘땅이 훤히 보이는 이 일대를 ‘붉은 적을 제압한다’는 뜻의 ‘제적(制赤)’봉으로 명명했다. 여기서 붉은 적은 공산당을 의미한다. 김 전 국무총리의 친필로 ‘제적봉’이라고 새겨진 비석은 평화전망대 잔디광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흔적에 대해 “제적봉 이름 교체나 현판 교체 계획은 아직까지 논의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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