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협동과 공동체로 건강한 마을 만들기
1. 현대사회 건강의 중요성과 부평구의 보건의료 환경

해가 거듭할수록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야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있어 모든 국민이 일정의 보험료를 내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건강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책임지자는 무상의료 관련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조금 올려서 병원 진료비의 개인 부담금을 줄이자는 운동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의 무상의료정책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로 보건소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평구는 인구 57만의 도시로 사회복지비가 일반회계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게 쓰일 정도로 저소득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많다. 부족한 예산으로 건강한 마을과 지역사회 만들기는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 스스로 이웃들과 협동해 공동체적으로 건강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만든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의 활동을 눈여겨볼 만하다.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은 전국에 20개 정도가 존재한다.

이들 의료생협은 예방의학을 중시하며, 조합원들은 건강 소모임활동으로 건겅해지는 법을 배우고 전파하고 있다. 또 일본에선 70년전부터 생기기기 시작해 지금은 119개의 의료생협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평에도 1996년 창립한 인천평화의료생협이 있다.

▲ 부평구 보건소는 올해 4월부터 건강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별 맞춤상담을 실시한다.
부평구의 보건의료시설 현황 = 부평구에서 발간한 자료 ‘제5기 지역보건의료계획(2011~2014년)’을 보면, 부평구의 인구는 2009년 말 기준으로 57만 170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분포도는 전체 인구대비 7.92%(4만 4673명)로 전국평균 10.58%와 인천평균 8.33%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19~64세 경제활동인구 분포도는 69.17%(39만 46명)로 전국 67.12%와 인천 68.52%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2008년 말 현재 부평구의 기초생활수급자는 1만 6027명으로 전체 인구의 2.78%였으며, 등록 장애인은 2만 7065명으로 4.73%를 차지했다. 이는 인천시 평균 2.51%, 4.3%보다 높다.

2009년 말 기준 부평구의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총545개소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보건소 1개소였다. 2011년 6월 청천보건지소가 개소해 2곳으로 늘어났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은 279개소(51.19%), 치과병(의)원 148개소(27.15%), 한방(병)의원 101개소(18.53%) 순이었다. 2차 의료기관인 병원은 14개소였으며, 3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은 부평세림병원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등 2개소였다.

보건의료 복지시설은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치매주간보호센터 등 7개소가 있으며, 보건소는 부평세림병원에 무료진료와 치매의심환자 정밀검진을 의뢰하는 등 병·의원들과 연계한 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부평구의 건강수준 현황 = 부평구 주민들의 평균수명은 타 지역보다 길며, 종양이나 암으로 인한 사망과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흡연율과 음주율은 다소 높은 편이었으며, 신체활동 실천율(최근 1주일 동안 신체활동을 1회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의 분율)은 낮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의료기관 이용율은 전국이나 인천시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2008년 부평구의 10대 사망원인을 보면 신생물(종양·암) 671명, 뇌혈관질환(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 309명, 심장질환 163명, 당뇨병 155명, 자살 147명 순으로 나타났다. 2009년 성인 흡연율은 28.5%로 전국 23.3%와 인천 26.7%에 비해 다소 높았다.

2008년 월간 음주율(한 달 간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수)은 68.1%로 인천 55.4%와 전국 58.7%에 비해 높았다. 신체활동 실천율은 11.5%로 인천 8.1%보다는 높았으나 전국 14.6%에 비해 낮았다.

2008년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46.5%로 인천 49.8%보다 낮았으나, 전국 42.4%보다는 높았다. 의료기관 이용율은 20.1%로 인천 20.0%와 비슷했으나 전국 30.0%보다 낮았다. 만성질환별 진료내용을 보면, 고혈압·당뇨가 5대 암보다 진료일수에서 6.7배 높게 나타났고 진료비는 1.9배 높게 나타났다.

때문에 부평구는 ‘제5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을 통해 중장년층 대사증후군 환자 발견에 노력하고 집중관리를 통한 보건의료비 절감 유도가 중점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흡연율을 감소시키고 신체 활동 실천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구는 2014년까지 보건의료와 관련한 중점관리 사업으로 ▲평균 혈압·혈당 측정 횟수 증가 ▲고혈압·당뇨 관리 교육 이수율 상승 ▲당뇨병 합병증 검사 진료율 상승 ▲성인남성 흡연율 감소 ▲1일 30분 이상 걷는 인구 비율 향상 등을 정했다.

치료보다는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 필요

▲ 부평구 보건소가 가정 방문 진료서비스를 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보건소는 이처럼 지역사회의 건강 현황을 분석하고 지역보건의료 계획을 세워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평구보건소에서 주되게 운영하는 사업을 보면 감염병 예방관리사업, 금연교실, 비만클리닉, 고혈압·당뇨 상설 교육, 임산부 관리사업 등이 중심이다.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방 활동으로 발병율을 줄이면 그만큼의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진료비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의 역할은 한국의 의료체계에서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의료가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평구 보건소는 예산 약 104억원(=2011년 부평구 본예산 약 4000억원의 2.6%)으로 지역의 병·의원과 연계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미미한 상황이다. 2008년 부평구의 총진료비(=건강보험 진료비와 의료급여 진료비 총액)만 보더라도 4200억원이 넘는다.

암이나 심장질환, 고혈압 등으로 인한 사망이 해가 갈수록 늘면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예방활동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민간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는 현실에서는 예방의학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박봉희 사무총장은 “민간의료기관들은 예방 활동이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예방의학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에서 상담과 예방 활동에 신경을 쓰고 환자에게 큰 치료가 필요할 때 병원 등 2차 의료기관에, 거기서도 안 되면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 등에 보내는 체계를 갖추는 게 맞다”며 “하지만 3차 의료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1차 의료기관에서도 다 보유하려고 한다. 그렇게 비싼 장비를 들여 규모 있게 운영하면서 장비비를 메우기 위해 비보험 진료를 계속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3차 의료기관은 1차 의료기관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감기 같은 질환도 진료하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이 3차 의료기관과 경쟁을 하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이면 올 수 있어 5대 대학병원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은 점점 소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차 의료기관이 강화돼 환자의 가족력과 생활습관을 살펴보고 치료가 안 되면 2·3차 의료기관에 의뢰해 검사하고 다시 1차 의료기관에 피드백이 돼서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안내하는 방식의 주치의 사업이 돼야한다”며 “병에 걸려도 돈이 없으면 죽어야만 하는 사회구조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 건강은 국가가 책임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방의학이 중요하며, 일본의 의료생협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사회도 함께 책임을 져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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