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학교 밖 청소년, 탈출구는 있나?
2. 도대체 왜?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

#사례 1. 학업중단 학생들의 이야기

- 공고를 다녔는데 기술만 배워서, 보통 일반고처럼 배울 기회가 없었다. 혼자서 학원이라도 다니려고 그만뒀다.

- 부모님 다 일을 하시고 형제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동생들을 돌봐야했다. 교복도 없어서 학교 못 나가다가 5월에 교복을 준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너무 늦게 받아 이미 출석일수가 부족했다. 내년에 다니기로 하고 유예됐는데 다음해 학교에서 오라는 연락이 없었다.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못 받았다.

- 학교 그만두기 전 고 1때 집이 답답하고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던 차에 친구들이 꼬여서 가출했다. 학교에선 선생님들이 학생들 지도하는 게 싫었고, 예고여서 학비가 비싸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 공부에 흥미 없고, 성적도 좋지 못한데다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으로 너무 묶어두어 학교에 불만이 많았다. 집안 사정도 안 좋았다.

- 담임선생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두발문제로 학교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공부에 별 흥미가 없었고 친구들과 놀다보니 자퇴할 마음이 들었다.

#사례 2. 학교 상담선생의 이야기

▲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 대인관계가 잘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 가정불화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 내면에 저소득이 있고, 또 부모님들의 과도한 기대가 있다. 69일(학년 별로 결석일수가 70일 이상이면 유예)을 비켜가며 아슬아슬하게 사고치는 애들 중 절반은 저소득층이고, 가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반면 두세 명 정도는 안정적인 환경이다. 그런데 부모님이 학업을 너무 강요하고, 그걸 (학생이) 튕기기 시작한 것을 부모님들도 못 잡는 거다.

- 우리 학교는 공업지역과 주거지역이 섞여 있다. 일부는 재개발 때문에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 작년 전교생 1000명 중 18명이 자퇴했다. 그 중 가장 많은 (자퇴)유형은 규칙 부적응이다. 일단은 지각, 결석이 많다. 저소득층이다 보니 부모님이 거의 집에 안 계신다. 방치 수준인 학생들이 많다.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는 거다. 또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 집안 환경과 관계있다고 볼 수 있는데, 돈을 벌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게 대부분이다.

- 크게 세 가지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대입이 크게 작용하는데, 학업 부족이 초ㆍ중 때부터 누적돼 고등학교 오니 ‘하나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만두고 검정고시 보는 게 더 쉽다더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워서 고립되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나 일부는 게임중독인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알바하면서 어울린 친구들과 일 끝나면 놀고, 아침에 못 일어나서 지각ㆍ결석이 많아지고, 그 때문에 교사와 갈등이 생겨 그만두는 것이다.

#사례 3. 학교 밖 청소년상담자의 이야기

- 통계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피부로 심각하게 느끼는 건, 예전에도 그만둔 애들이 있었지만, 그 애들이 전체 학교 분위기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지금은 학교를 다니고는 있지만 학교에 대한 안정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쉽게 학교를 그만둘 수 있다, 학교를 그만두는 애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여차하면 나도 그만 둔다’ 이런 식이다.

- 몸만 학교에 있고 맘은 밖에 있는 아이들이 있다. 선생님이 수업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상위 20~30% 애들을 위한 것이지 자기를 위한 건 아니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 학교부적응으로 그만 둔 경우, 대부분 가정문제도 함께 있다. 부모의 지지 기반이 무너진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을 학교에서라도 지지해주면 그래도 다닐 수 있는데, 반 평균이 떨어지니까 학교에서도 나가려는 아이들을 잡지 않는다.

학업중단 실제 사유, 교육청 통계와 달리 대부분 ‘학교 부적응’

위 사례는 취재하면서 교사, 상담자에게 들은 것과 올해 6월에 발표된 서울시교육청 보고서(=서울 초ㆍ중ㆍ고교 학업중단 학생의 실태 조사와 예방 및 복귀 지원을 위한 정책 대안 개발 연구 보고서, 2011,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실린 학업중단 사례들이다. 학업중단자의 보호자는 만나기 쉽지 않아 사례를 싣지 못했다. 학업중단과 관련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간 곳은, 하나같이 한증막처럼 뜨겁고 답답했다.

인천시에서 올해 3월부터 10월 1일까지 학업을 중단한 고등학생은 1197명이다. 이들의 학업중단 사유는 부적응 23.9%(286명), 유학 12.4%(149명)에 이어 질병 7.2%(87명), 가사 6.1%(73명), 기타 49.8%(597명)를 차지했다. (인천시교육청 자료)

하지만 학업중단 사유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타 부분에 ‘대안학교’와 ‘검정고시’가 포함돼있다. 학생들이 검정고시와 대안학교를 선택한 사유가 통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교 상담교사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할 때, (학교 측에서) 학교부적응이나 폭력을 사유로 기록하지 않으려고 한다. 학교에 안 좋은 이미지를 남기니까. 그래서 대부분 검정고시로 기록하도록 한다”고 들려줬다.

이어진 그의 이야기에 귀를 의심했다. “학교에서 폭력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아이는 ‘권고전학’을 시킨다. 옆 학교에서 안 받아주거나, 학군 제한으로 전학이 안 될 경우, 주소지 이전하는 방법을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불법 위장전입으로 일명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전학을 간 아이들은 대부분 그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 둔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년 넘게 교사생활을 했는데, 요즘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사유가 ‘학교부적응’인 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예전엔 아이들마다 출발선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학업을) 오로지 학교 수업에만 의지해야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이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학교 현실을 털어놨다.

또 다른 상담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벌점을 20점 받으면 1차로 교내 봉사를 한다. 또 20점을 받으면 2차로 사회봉사, 그 다음 3차는 특별교육을 받는다. 4차는 등교 정지, 여기서 또 벌점을 받으면 대부분 학생이 알아서 나간다. 그런데 복장ㆍ두발ㆍ지각ㆍ결석이 모두 벌점 사유가 되는데, 특히 흡연은 한 번에 20점의 벌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보고서에서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22.5%)’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성적이 좋지 못하기 때문(17.0%)’, ‘진로와 적성의 불일치(16.2%)’, ‘학교의 학생지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응답해, 학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계고 학생 중 40.4%가 학교를 그만 둘 생각을 해본 것으로 대답해, 이들의 학업 소외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더 심화돼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목소리 듣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 치를 것”

학교와 청소년 쉼터, 상담실에서 공통으로 지적한 학업중단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바로 ‘입시 위주의 교육’이었다. 부평의 한 고등학교 상담교사는 “지금 학교는 전쟁터다. 오로지 1등을 위해 아이들을 몰아간다.

결국 사교육과 정서적 지지를 많이 받느냐 못 받느냐의 싸움인데,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이 두 가지를 다 받기 어렵다. 결국 실패감과 낭패감을 맛본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할 기제가 학교에 너무 많다”며 “학교에서 아무리 인성교육을 해도 아이들을 판가름하는 것은 결국 성적이다. 성적이 안 좋은 아이들은 존재감이 없다.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 늦게 오고, 싫으면 학교를 나간다”고 성토했다.

청소년중장기쉼터 이범영 소장은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면 청소년 개인과 가정에서 원인을 찾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론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공부라는 하나의 틀로 판단하는데, 그걸 견딜 수 없는 것”이라며 “1%를 위해서 99%가 학교를 다니는 건데, 어떻게 뛰쳐나오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이금남 사무국장은 “친구를 눌러야 내가 사는 이 경쟁구도 안에서 남들과 다른 행동은 배제되고 차단된다. 부적응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집에서 문제가 있으면 학교가 안아야 하고, 학교에서 문제가 있으면 사회가 안아야 하는데, 그런 안전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을 생각하는 주체로 보지 않고 가르쳐야할 대상으로만 본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원하는 정책을 내놔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은 이후 어디서 무엇을 할까? 이들을 위한 대책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는지, 다음 호에서 살펴본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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