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학교 밖 청소년, 탈출구는 있나?
1. 학업중단자 실태와 문제점

▲ 인천광역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거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출처·인천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6시 30분. 알람이 울리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잠시 후, 엄마가 들어와 잠을 깨운다. 억지로 눈을 떠 세수를 한다. 밥상 앞에 앉지만 입맛이 없다. 학교에 가니 7시 30분. 잠이 덜 깬 상태로 0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간다. 밤 10시가 넘어 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 씻으면 11시가 넘는다. 하루하루가 똑같다”

여느 고등학생의 하루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 2위를 다툰다. 그런데 상위권을 차지하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 수업시수 세계 1위,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 가운데 청소년 자살률도 1위, 청소년 성폭력과 학교폭력 역시 1위다. 여기에 사교육시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다양한 분야에서 1위를 섭렵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청소년은 ‘공부’를 위해 학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학교 수업이외의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2005년 이후부터 학업중단자가 늘고 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흔히 얘기하지만,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을까? ‘학업 중단 청소년’에 대한 기획취재기사를 7회에 걸쳐 보도한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학교에서 하는 입시공부는 의미 없어 보였고 싫었다. 학교가 아니라 입시학원을 다니는 기분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아파서 학교에 며칠 못 나간 것이 쭉 못 가게 됐다”
“담배 피다 잘렸다. 담배 피다 걸리고 또 걸리고 계속 걸려서 징계가 누적됐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안학교에서 작곡 공부를 하고 있고 검정고시도 준비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서울 초ㆍ중ㆍ고교 학업중단 학생의 실태 조사와 예방 및 복귀 지원을 위한 정책 대안 개발 연구 보고서, 2011, 서울특별시교육청) 중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사례다.

초등학생을 포함해 전국에서 해마다 학생 6만~7만명이 학교를 떠난다. 인천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2010년 한 해 인천에서 학업을 중도에 그만 둔 중ㆍ고등학생 수는 3039명으로 이는 전체 중ㆍ고등학생 21만 7000여명 가운데 1.4%에 해당한다.

학업중단청소년이란

학업중단이란 정규학교의 교육과정을 끝내지 않고 학업을 중도에 그만 두는 것을 의미한다.

학업중단청소년이란 용어는 2002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다. 이전엔 중퇴생, 중도탈락, 학업중도탈락, 학업중퇴자, 탈학교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등교거부 아이, 공교육중도수료자 등으로 혼재돼 사용했다. 이 용어들은 모두 학교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졸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도탈락’이라는 말은 정상적인 사회궤도에서의 이탈을 암시해 학교로부터 벗어난 일탈이나 패배를 의미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교육부가 ‘학업중단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학업중단과 관련된 용어를 통일했다. 2003년 개정된 청소년기본법에서도 ‘학업중단청소년’이라고 명시돼있어, 다양한 학업 중단 의미를 내포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를 다니다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 수를 ‘학업중단학생’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않은 ‘미진학자’의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않은 예가 여기에 속한다. 위 보고서에서는 “미진학자는 학교중단율에 집계되지 않지만 실질적인 학교중단이며, 이 숫자만큼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를 증가시킨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잠재적 학업중단’ 상태도 유심히 살펴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학업의욕상실자’로 불릴 수 있는 학생들을 ‘잠재적 학업중단자’로 구분해 이들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좌은아씨는 논문 ‘청소년의 사회적 지지 인식 및 정서표현성이 학업중단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학교에는 가지만 실질적으로 학업을 그만 둔 상태로 몸만 교실에 앉아 있거나 적만 학교에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 조혜정 교수도 “현 제도 하에서는 장기결석으로 인한 제적처리와 자퇴 후 복학ㆍ전학 등을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학업중단의 선을 넘나드는 학생 수는 상당할 것이며, 이에 학업중퇴자 연구는 이 인구를 포함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1(제850호) 기사를 보면 “전문가들은 학교를 다니다 자퇴ㆍ퇴학하는 수를 30만여 명으로 추정한다. 취학할 나이에도 초ㆍ중ㆍ고교에 입학하지 않는 청소년 역시 30만명에 이른다.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 수를 감안해도 적게는 40만명, 많게는 60만명이 ‘학교 밖 아이들’이다”라고 밝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수는 교육통계 발표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업중단, 개인과 가정, 사회에 부정적 영향 미쳐

▲ 연도별 인천시 학업중단학생 현황.
200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18세 미만 기초생활수급권자(36만 6000여명), 복지시설ㆍ가정위탁 청소년(3만 4000여명), 일시보호소 이용청소년(1만 4000여명) 등을 모두 합산해 전국에 52만 5000여명의 ‘위기 아동ㆍ청소년’이 있다고 발표했다. 위기청소년과 학업중단청소년의 숫자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학업중단은 개인과 가정, 사회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청소년 개인은 저학력 때문에 일자리 접근 기회가 현저하게 떨어져 저소득과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이금남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특별한 대책을 세우고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학교를 벗어난 이들이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가정과 학교 이외의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무기력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자녀의 학업중단은 자녀와 부모(또는 보호자) 사이에 심각한 갈등 요소가 되지만, 가족의 역량만으론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사무국장은 “학업중단자들 중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맞벌이,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때문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 자녀와 보호자와의 갈등이 학업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이 다시 더 큰 갈등을 일으켜 원인과 결과가 꼬리를 물 듯 되풀이 된다. 결국, 가족 안에서는 도저히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간다”고 지적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의 위 보고서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가 커질수록, 절도ㆍ폭력ㆍ강간ㆍ성매매ㆍ부당노동행위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 계층이 증가해 사회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벗어난 이들을 흡입하는 구조가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 팽배해 있는 유흥ㆍ향락 문화는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수단이 된다.

일시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학업중단학생들의 가출과 비행을 조장하기도 한다. 학교생활에서 재미와 의미를 상실한 청소년들이 일단 향락문화에 접촉하면 일시적 해방감을 경험하게 되고, 숙식 해결이 가능하면 가출하기도 하며 가출의 장기화는 학교중도탈락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유성경ㆍ이소래, 1998)

거시적으로도 고교 졸업 이전 학업중단자가 증가하면 고용율 저하, 경제 성장률 감소, 사회 복지와 사회 안전에 대한 재정 부담 증가, 사회 불안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청소년 개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와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할 때 학업중단자에 대한 대안과 정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교과부와 여성가족부 사이에서 대책 없이 오락가락

청소년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관리’하지만, 학교를 떠나는 순간 여성가족부로 ‘이관’된다. 따라서 교과부가 지역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예산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것은 전혀 없다. 학교를 그만두면 자신이 어떤 지원을 받게 되는지, 그만 둔 후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있는지, 알 수도 없다. 학교를 그만두기 전ㆍ후가 연계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조규필 복지개발팀장은 “학업중단 청소년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를 벗어나면 일정한 소속이 없어 어디서 무얼 하는지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서울시교육청에서 예산을 들여 실시한 학업중단학생의 실태 분석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은 어떤 이유로 학교를 떠날까? 학교를 떠난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마련돼 있을까? 다음 호에서는 학업중단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들에 대한 대책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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