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도매상인들과 식자재 납품 상인들이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에 근거해 종합식품회사인 (주)대상을 상대로 지난 18일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대상이 지분 70% 이상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식자재 납품업체를 내세워 삼산농산물시장에 식자재 납품매장을 운영하려하기 때문이다.

슈퍼슈퍼마켓(SSM) 입점을 둘러싸고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인들이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도매상인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도매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SSM으로 소매업에 진출했던 것처럼 식품을 제조하는 대기업이 소형 식자재 납품업에 진출해 생존권을 위협하려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인천도매유통연합회, 부평시장 상인회, 삼산도매시장 상인회 소속 상인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상의 식자재 납품업 진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은 29일 대상의 식자재 납품매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사업자등록증을 불사르는가 하면 일부 상인은 삭발로 대상의 식자재 납품업 진출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대상 상품을 팔아주지 않았냐. 우리가 물건 팔아줘서 모은 돈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탄했다

대기업은 SSM 개설로 중소 소매업에 종사하는 기존 영세업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여기에 도매업까지 진출할 경우 중소 도매업에 몸담고 있는 영세업자들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전국적으로 납품 도매업체는 4만여개, 종사자는 20여만명에 이른다. 대기업이 자본력과 인력을 이용한 공세를 펼칠 경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기업에도 재앙의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에 국민들의 소득 감소로 소비가 줄어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이상 먹이가 없으면 쓰러지고 마는 괴수 같은 꼴이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대기업에서 팔고 있는 일부 상품들의 염가에 현혹될 일이 아니다. 독과점은 결국 소비자를 약자로 만들고 만다.

대상과 같은 대기업의 도매시장 진출 여부는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경쟁 수준을 가늠 할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도매상인들의 이번 저항에 주목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복사지나 볼펜 같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삼성과 한화는 MRO 사업 철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MRO가 그동안 중소기업의 밥그릇까지 넘보는 무차별 사업 확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여론의 압박에 밀려 상생과 동반성장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의 식자재 남품업 진출은 종소 도매상인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상은 도매상인들의 절규와 함께 여론을 귀담아들어 도매시장 진출을 당장 멈춰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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