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친일재산환수법 국회통과 이끈 최용규(부평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지난 8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환수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친일파들이 주축이 된 자유당정권에 의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 해산된 지 57년 만의 일이다.
친일재산환수법은 을사늑약, 한일합방조약 등 국권을 침해한 조약을 체결, 또는 조인하거나 이를 모의한 자,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 일본제국의회의 귀족원의원 또는 중의원으로 활동한 자,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고문 또는 참의(오늘날의 의원), 기타 친일의 정도가 악랄한 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고 있다.
훈작 등의 일본 작위 수여자는 108명이며, 중추원 대신은 323명이다. 이 중 중첩된 인물을 빼면 400여명의 친일파가 1차적인 조사대상이다.
또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라 함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 받은 재산 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임을 알면서 유증, 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단, 대상자라 하더라도 작위를 거부, 반납하거나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조사해 예외로 한다. 또한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는 보호해준다.
친일재산환수법 국회통과에 따라 전국에서 재판중인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소송은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일파의 반발 또한 예상되고 있다. 헌법의 재산권보호조항과 소급입법금지조항을 들어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산환수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통과를 이끌어낸 최용규 국회의원으로부터 재산환수특별법의 핵심사항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친일파 후손 소송 보면서 ‘헌법이 요구하는 법이 없는 상태’ 깨달아

최 의원이 친일재산환수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6대 국회 법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그는 친일파 후손들의 토지반환소송을 볼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아 관련 법원 판결문을 모두 읽어 봤다.
그리고 판결 때마다 법원이 “국회의 별도의 입법 활동이 없는 한 현재의 법 범위 내에서 친일파의 재산을 보호해 줄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을 보고,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법률이 없는 ‘입법부작위’ 상태가 오히려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최 의원은 “헌법이 요구하는 법이 없는 상태, 그러면 아예 법을 만들자. 또 2002년 송병준 후손들이 부평미군기지 터에 대해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을 보면서 7년의 이전 투쟁 끝에 반환 결정을 이끌어 냈는데 6개월 만에 친일파가 내 놓으라고 하니 큰일 났다 싶어 입법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일파 후손 토지반환소송 근거 없어져
이미 찾아간 친일재산도 당연히 환수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소송은 총 24건에 17건이 확정됐으며 이중 8건을 친일파 후손이 승소했다. 나머지 7건은 소송 중이다.
최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을 조항으로 명시해 토지의 소유자가 국가가 되므로 소송의 근거가 없어진 것이 이 법의 핵심사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친일재산은 그 취득, 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명시돼 있어, 친일파 후손의 소송은 자신들의 토지가 아닌 것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인무효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 의원은 “이 연장선에서 법원 확정 판결로 이미 찾아간 친일재산도 당연히 환수되며, 이를 제3자에게 팔아먹은 친일파 후손에 대해 국가가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업무에 일본인 명의로 남아있는 토지에 대한 조사 및 정리를 추가한 것이 큰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행자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밝혀진 일본인 명의의 토지는 10만2천467필지, 123㎢(3천800만평)으로 서울시 넓이(607㎢)의 1/5에 달하며, 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2005년 9월 조사에 따르면 행정자치부의 ‘조상땅찾기사업’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친일파 166명의 후손들이 110만평을 찾아간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법 제19조에 의해 앞으로는 친일 후손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위원회가 조사해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 의원은 “이 법에 의해 국가가 귀속시킨 재산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용도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며 “독립유공자 후손은 2004년 현재 5천154명으로 이들 중 52%가 무직이며, 44% 이상이 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빈곤층으로 살고 있어 독립운동가의 재산 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법 만드는 데 친일의 뿌리가 이렇게 깊은 줄 몰랐다

법 통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최 의원은 “세월이 너무 지나 근거 자료가 쉽게 수집되지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친일의 뿌리가 깊고 잔재의 힘이 강렬한 것이었다.
“이 법은 보복, 응징을 위한 법이 아니다. 흐트러진 민족정기를 바로세우고 왜곡된 정의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법이다. 당연한 법을 만드는 데 친일 잔재의 뿌리가 깊고 강렬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이어서 그는 초대 국회에서 반민족행위자처벌법을 만든 이래 17대인 지금까지 이 법을 물고 늘어지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법안 이름부터 부칙까지 혼자 작성하면서 중압감이 컸다는 그는 ‘네가 옳은 일 하니 동조 한다’ 이지, 적극 관여하는 의원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법학자가 보수적인 것이 문제라며, 친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법 해석을 보수적으로 하다 보면 친일 논조로 흐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친일파에 의해 6개월 내에 위헌 소송 제기될 것

최 의원은 이 법의 향후 전망에 대해 앞으로 6개월 내에 친일파에 의해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곧 법이 공포되고 효력이 발휘되면 친일파의 반발이 시작될 것이다. 실효성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법조인들이 헌법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이 법의 통과를 통쾌함이 아니라 당연함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다시 유린되면 대한민국의 희망이 없다.” 그는 또다시 시대정신이 박약한 법률가들이 위헌 소송에 앞장서게 될 것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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