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친일 대가 아닌 땅, 변론기회 박탈”
변호인 사기 혐의 구속 변론기회 잃어

▲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2002년 9월 3일 대표적 친일파로 알려진 송병준의 후손이 부평구 산곡동 부평미군기지 주변 부지에 대한 소유권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강하게 반발해왔다.사진은 인천시민회의 소속 회원들이 부평미군기지 정문에서 친일파 후손에게 반환운동으로 되찾은 부평미군기지를 줄 수 없다는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대표적 친일파로 알려진 송병준의 증손자가 조상의 재산을 찾겠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다시 패소했다.

송병준의 후손인 송 아무개(65)씨는 <부평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산곡동 토지는 친일의 대가가 아닌 땅이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인의 토지를 강탈한 것으로, 재판부가 변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재판을 종결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제7민사 나부(최완주 부장판사)는 4일 송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 등기말소 청구 소송 사건에 대해 원고 기각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 외 14명과 독립당사자가 제기한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 대해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송씨가 제기한 ‘친일재산환수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송씨 등은 부평구 산곡동 미군부대 일대 부지 36만 5000㎡(공시지가 2564억원 상당)의 토지를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송씨 측은 1960년 이전에 피고 명의(대한민국 국방부, 산림청)로 이전 등기됐던 사실이 없었고, 1923년 1년 이상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타인에게 이전됐지만, 소유권 등기상의 필적이 동일인이 동시에 기재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허위로 기재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5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송씨의 소유권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했으며, 고법은 이날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법원은 2007년 6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 송씨 측이 주장한 부평 산곡동 문제에 대해 해석을 요청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2008년 10월 2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송병준이 1910년 9월 17일∼1919년 1월 6일 사이에 취득한 친일재산으로 확인됐다”며 “이 역시 1933년 5월 20일∼1985년 8월 29일 사이 제3자를 거쳐 국가명의로 소유권 이전 또는 보존 등기됐다”고 재판부에 회신했다.

당시 친일재산조사위는 “설령 송씨 등의 주장대로 국가 명의로 된 토지서류들이 위조 혹은 허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친일재산이기 때문에 특별법에 따라 모두 국가 귀속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씨 측은 지난 2일 ‘변론재개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송씨 측은 변론재개신청서를 통해 변론종결기일에 소송대리인의 불출석으로 인한 소송 중단 또는 연기와 친일재산환수특별법 대한 위헌심판 청구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송씨 측이 요구한 변론재개 신청과 친일재산환수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를 거부했다.

한편, 송씨 측 변호를 맡아온 이아무개(67)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수백억원에 달하는 토지 매각 절차를 위임받은 것처럼 속여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구속됐다.

이 변호사는 지방법원 지원장 출신으로 2002년부터 송씨의 소송을 담당해오다 사기 혐의로 지난해 11월부터 도피해 송씨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송씨는 <부평신문>과 단독인터뷰를 통해 “원고 신청의 증거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한 것은 원고항소를 기각하려는 예단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주장 입증의 기회를 약탈한 체 재판을 하고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합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부평미군기지 주변 토지는 친일 대가로 획득한 토지가 아니고, 명백히 조상의 땅인데 정부가 강제적으로 소유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씨는 “이 기회에 해당 토지에 대학을 유치해 인천시와 부평구의 교육문화 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었는데 아쉽다”면서, “왜 재판부가 변론 기회도 부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결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송씨 측은 상고 여부에 대해 “4억 7000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이 겁나 상고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면서, “친일에 대한 대가 여부를 가려야지 언론 재판을 통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인천시민회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송씨 측은 상고에 대한 고민보다는 먼저 조상의 잘 못된 행위에 대한 깊은 반성과 자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송 진행 경과>
2002. 9. 3. 송돈호 소송 제기
2004. 1. 28. 부평미군부대 공원추진시민협의회 의견서 제출
2004. 2. 25. 인천시민회의 친일파 탄원서명 제출
2004. 8. 민영환 후손 독립당사자 소송 참가
2005. 11. 23. 원고 1심 패소
2005. 12. 5. 송돈호 등 항소
2005. 12.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제정
2006. 12. 5. 법원,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에 조사 의뢰서 발송
2008. 10. 2.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사실조회 회신
2009. 2. 2. 송돈호, 변론재개신청
2009. 2. 4. 항소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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