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합리적 선택 위한 사퇴” ↔ “보유주식 사주조합 출연, 약속지켜라”

▲ 대우자판을 최근 10년 동안 이끌어온 이동호 사장이 결국 12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1993년 대우자동차(주)에서 판매부문이 분리돼 국내 최초의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로 성장해온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를 최근 10여년 동안 이끌어온 이동호(52) 대표이사가 결국 사임했다.

이동호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옛 대우그룹 기획조정실(1984년)을 거쳐 2000년 대우자판 사장으로 취임, 최근까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에 놓인 대우자판을 이끌어왔다.

대우자판은 12일 이동호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사장은 “채권단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자진 사퇴하며, 회사 회생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워크아웃 상황에 놓여있던 대우그룹을 3년여만에 정상화했으며, 대우자판을 연간 순익 500억원대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는 우량회사로 변모시켜, 자동차 서비스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자동차 유통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켜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건설부문 진출 등 방만한 경영에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회사의 유동성 자금 압박으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워크아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경영권 포기각서를 채권단에 제출했으나,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해 채권단의 동의 아래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이동호 사장은 “워크아웃 플랜을 확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사임의 뜻을 밝히게 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전체 채권단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한 뒤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채권단이 워크아웃의 취지를 살려서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경영진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의 사임에 대해 대우자판 측은 “최근 산업은행과 경영진 사이의 주도권 다툼으로 워크아웃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불식시키고, 회사의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대우자판은 지난 9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회사 분할을 통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최근 이사회를 통해 분할 회사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인 ‘아지아 파트너스(Ajia Partners)’를 선정해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에 동의를 요청한 상태다. 이달 안에 신규투자자 유치를 완료해 본격적인 기업 회생에 돌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안모자와 대우버스 등도 대우자판 분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산업은행은 영안모자를, 대우자판은 아지아 파트너스를 원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영아모자는 모자 전문 제조회사로 OBS경인방송 등에 투자한 기업이며, 아지아 파트너스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다. 크게 ‘일반 사모펀드’와 ‘사모투자전문회사’로 불리는 PEF로 나뉜다. 일반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들로부터 단순 투자 목적으로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로 주식형 사모펀드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PEF는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량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펀드다.

▲ 대우자판 이동호 사장은 지난해 1월 자신의 보유주식을 사주조합에 출연하기로 약속했으나, 약 2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출연을 이행하지 않은 채 12일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보유주식 사주조합 또는 사회공헌재단 출연’ 약속 안 지켜

한편, 이동호 사장이 지난해 1월 350억원 상당의 보유주식을 사주조합에 출연하기로 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않고 사임을 표명해 도덕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월 15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91만 6032주(지분율 3.1%, 최종 취득가액 기준 350억원 상당) 전량을 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키로 하고, 우리사주조합 안병규 조합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대우자판은 이 사장이 위기극복을 위한 희생과 화합의 모범적인 실천 사례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사회적으로 약속한 출연을 실행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진필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자판지회 지회장은 “이 사장의 사퇴는 늦은 감이 있다. 사필귀정”이라며 “사주조합에 출연은 사회적 약속이었으나, 매번 핑계로 출연하지 않고 하위직 직원들의 고통만 강요해왔다. 대우자판을 워크아웃 상태로 만든 장본인으로 자신이 사회적으로 약속한 부분을 지키는 것이 경영인다운 마지막 모습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우자판 관계자는 “무상출연을 하려 했으나,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 나중에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회공헌재단도 결국 만들지 못하고, 이 사장은 사임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