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신현창 지회장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해야”

“비정규직이 850만명이라고 하는데, 그 가족과 예비 청년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의 절반이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고용하는 원청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하청 업체는 수시로 생겼다 망했다 한다. 국민 절반은 자신의 권리조차 주장하지 못하고 시민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위한, 그리고 이익만 추구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초국적 자본과의 길고 긴 싸움이다”

전국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신현창(36) 지회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외주화 중단’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원청의 사용자성’ 등을 요구하며 2007년 농성에 들어갔다. 다음 달이면 천막농성 1000일이 된다. 신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 외에도 박탈된 시민권을 회복하는 것이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외국자본과의 투쟁이라고 자신들의 투쟁을 정의했다.

▲ 전국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신현창(36) 지회장이 ‘GM대우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27일 부평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폭행과 부당해고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GM대우 부평공장에 비정규직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할 노동조합이 설립된 건 2007년 9월이다.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는 설립 후 바로 ‘외주화 중단’과 ‘비정규직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는 천막농성 외에도 부평구청역 교통정보수집 카메라 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한겨울에 수개월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6월 21일, 천막농성을 966일째 벌이고 있는 신현창 지회장을 만났다. 신 지회장은 GM대우가 비정규직의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며 무더위가 찾아온 이날도 조합원들과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한낮 아스팔트 열기로 인해 실외 온도가 30도를 넘기 시작하면서 농성장 안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신 지회장은 “하청업체는 원청의 계획대로 생산하고, 지시대로 작업할 뿐이다. 하청업체는 최소한의 관리만 하는 것이다. 사실상의 사용자는 원청인 GM대우다. 그래서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를 상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공론화하면서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가 부당하거나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체가 이미 폐업됐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비정규직은 놓여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은 성 밖의 시민”

신 지회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완전한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없다”며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로 정치권과 사회의 관심이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선거 한 번 해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시민권이 보장받을 때 가능하다.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무더위와 매서운 추위,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 3년 가까이 투쟁을 전개한 원동력에 대해 신 지회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양극화 해소, 민주주의 회복과 연동돼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총, 인천지역 시민사회와 양심적 시민들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퇴근 후 소주 한잔을 걸치고 삼삼오오 농성장을 방문해 미안한 맘을 털어놓는 GM대우 정규직 조합원, 라면 한 박스를 사 들고 방문해 주는 지역 주민, 투쟁의 연장선에서 만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연대가 있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에는 장기 투쟁 사업장인 콜트악기와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주점도 열렸다. 수익금 2000만원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 전달됐다.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 사무노조 등과 연대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서로 이해가 충돌해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신 지회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동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규직 노조의 강한 연대의식과 실천이다. 노조는 조합원을 탓하고, 조합원은 노조를 탓하며 면피하려는 느낌을 솔직히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힘들어도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소중하듯 연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신현창 지회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는 6월 21일 현재 GM대우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966일째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우리는 성 밖 시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 완성”

▲ 농성이 어느덧 3년째가 돼가고 있다.

= 오늘(21일) 현재 천막농성이 966일째다. 지회를 설립한 지도 1024일이 지났다. 2007년 9월 지회를 설립하고 그 해 10월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지회를 설립한 뒤 사측의 탄압을 계속 받아왔고, 상당수 조합원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회를 설립할 당시 부평공장에는 1차 하청업체에 1500명, 2차 하청업체에 2500명 정도가 근무했다. 하지만 현재는 350여 명 정도만 근무하고 있다. GM 경영진의 부실한 경영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이었다.

▲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 해고하려면 60일 이전에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충분한 토의와 토론을 거쳐 협의해야한다. 그리고 사측은 해고 회피 노력을 증명해야한다. 그런데 업체는 이미 폐업했다.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의 판단은, 설사 해고가 부당하거나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체가 이미 폐업됐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거다.

업체가 그냥 폐업하는가? 절대 아니다. 공정이 사라지고 수익이 안 나거나 재계약에서 탈락하는 거다. 왜냐? 원청이 개입하는 것이다. 원청의 생산 계획대로 생산하고 원청의 작업지시대로 작업할 뿐이다. 하청업체는 그저 최소한의 관리만 하는 것이다. 사실상의 사용자가 원청인 GM대우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가 부당해고에 개입한 것을 들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노동력을 통해 원청은 계속 이익을 창출하는데, 하청업체는 망했다 새로 생겼다 한다. 그 사이 비정규직 해고자의 복직 문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 철야농성이 한 달 있으면 1000일이다. 많이 힘들 텐데 왜 투쟁을 계속 하는가?

= 원청은 하청업체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책임지지 않고, 하청은 계속 망했다 생겼다 한다. 사용자는 책임지지 않고, 고용된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이는 결국 시민권이 박탈된 것이다.

▲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 외주화 중단과 정리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007년 부평구청역 교통정보수집 카메라 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수개월 동안 진행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 투쟁이 장기화돼 많이 힘들 것 같다.

= 현실적인 것은 금전적인 문제다.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떠나가 힘이 빠지다 보니, 주변의 관심도 떨어지는 것 같다. 비정규직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에도 불구, 외로운 싸움이 되고 있다.

▲ 현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임원 선거 때 비정규직과 연대한다고 했는데.

= 일반 조합원은 집행부 탓을 하고, 집행부는 조합원을 탓한다. 집행부는 조합원 정서가 안 따라 준다고 이야기한다. 책임을 전가하면서 면피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가 GM대우 노조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우선순위에서 언제나 밀려 있다. 거론만 되고 진척이 없다는 느낌을 솔직히 받는다.

하지만 (현 정규직 노조는) 지난번 집행부와 다르게 계속 소통하고 있다. 그들과 연대의 고리를 놓지 않고 있다. 그들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데 정규직 노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 먼저 한국 노동사회에 대한 각성을 주문하고 있다. 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위해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해고된 전형적 사례다. 민주노조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자기반성 없이, 고용 보장만 주장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는 투쟁이다. 천막을 오는 상당수 분들도 그 의미를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성이다. 국민으로서 주권행사를 제한 당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정치 참여 기회도 박탈당하고, 현장에서는 인격 통제를 당한다.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 우리는 ‘성 밖의 시민’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민주주의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는 초국적 자본과의 싸움이다. 지난해 GM대우가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서 수조원의 손실을 보았다. 그 책임으로 비정규직 1000명 이상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초국적 자본은 수탈의 개념이다. 이윤을 뽑아 재투자하거나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으로 가져간다. 그렇다 보니 정규직도 불안한 것이다. 자신들의 상품 가치가 낮아질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받거나 잘려나가도 버티고만 있는 것이다. 기아-현대의 경우 비정규직 투쟁을 하면 탄압을 받기도 하지만 성과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GM대우는 그렇지 않다.

▲ 인근 아파트에서 소음 등으로 불만이 있다.

= 집회를 하면 인근 아파트 분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스피커도 공장으로 돌려서 한다. 17일에도 집회하는데, 민원이 들어와 경찰이 왔다 갔다. 늘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하지만 일주일에 30분의 소음 때문에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면, 세상에서 자기 권리를 누가 주장할 수 있냐.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요즘은 40대도 퇴출되는 경우가 있다. 그들도 비정규직이 된다.

▲ GM대우가 올 하반기부터 시장에 출시하는 배기량 3000cc급 준대형 세단 ‘알페온(Alpheon)’. 부산모터쇼에서 아카몬 GM대우 사장, 배우 한 채영씨와 함께 선보였다. GM대우는 알페온 출시로 내수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 불안한 고용 환경에 훈풍이 예상되기도 한다.


“시민사회ㆍ노동계의 연대와 시민들 관심으로 투쟁 가능”

▲ 24시간 농성을 966일 끌고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 초창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만의 복직 문제로 인식했다면 이렇게 싸우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정치 참여 문제, 민주주의 회복 문제 등이 모두 연동돼있는 것이다.

한낮에는 한증막이고, 겨울엔 시베리아다. 하지만 GM대우 평조합원이 방문해 격려해주고, 시민들도 격려해주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와 라면을 사주고 가기도한다. 꼭 하는 말들이 비정규직을 없애야한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장기 투쟁 사업장인 우리와 콜트악기를 위해 후원 주점도 열었다. 2000만원의 수익금이 나서 1000만원씩 후원해줬다. 연대와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지역사회나 노동계와 연대는?

=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있고 도움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탄압이 노골화돼 관심과 연대가 비정규직 문제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 연동돼있는 만큼 연대 사업과 투쟁이 중요하다고 본다.

▲ 향후 투쟁은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 원청 사용자성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고, 투쟁할 것이다. 원청 상대로 교섭 공문을 보내고, 지역사회에 여론화할 것이다. 다음 달 25일이 천막농성 1000일이 되는 날이다. 1000일에 맞춰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도 있다.

또 한 축으로 GM대우자동차지부와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 계획이다. 목표는 ‘1사 1노조’로 통합하는 것이다. 당장 되는 것이 아니지만, 공동 사업을 통해 시각차를 좁혀 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GM대우 사무노조도 동의하고 있다.

▲ 지방권력이 교체됐다. GM대우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GM대우는 사기업이고, 초국적 기업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송영길, 홍미영 당선자가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천막농성을 유지해주겠다는 기대는 있다. 또한 (GM대우가) 국내에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압력을 가하기를 기대한다. 인천은 실업률이 제일 높은데, GM대우에도 책임이 있다. 지역사회가 GM대우에 요구하는 것이 맞다.

▲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들 것 같은데, 어려운 싸움을 왜 하는가?

= 이 투쟁을 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난 아직 젊다. 하지만 한번은 해야 할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생 중 이런 문제는 한 번 부딪친다. 그 한 번 중에 난 이 싸움을 맞았고, 이기고 싶다. 나와 나의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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