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에서 자영업자들이 처음으로 에스에스엠(SSM)으로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입점을 일단 막아냈다.

중소상인 보호와 관련된 현행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상인들이 신청한 사업조정을 받아들인 중소기업청이 ‘입점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급해진 삼성테스코 측(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본사)이 자발적으로 ‘일시정지’라는 카드를 내놓았다는 보도다.

아직 입점이 철회된 건 아니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대형유통재벌을 상대로 거둔 매우 값진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이 소식은 전국으로 퍼져 같은 처지에 놓인 지역 상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산과 창원, 청주와 안양에서도 옥련동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가까이는 부평구 갈산동에서 자영업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들도 옥련동처럼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이 가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 대형유통재벌에 맞서 싸우는 것은 에스에스엠 입점을 생사가 걸린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데다, 에스에스엠이 골목까지 들어설 경우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이들의 싸움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모아지고 있다. 몇몇 자영업자의 일이 아닌 지역의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대형유통재벌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과 함께 에스에스엠 입점이 대형유통재벌에만 이익을 가져다 줄 뿐, 유통재벌에게 축적된 부는 지역 밖으로 유출돼 오히려 지역경제를 무너뜨린다는 깨달음이 깔려있다.

하지만, 대형유통재벌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대형유통재벌이 힘이 센 데다, ‘게임의 룰’이 자영업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600만 자영업자들이 가장 심각한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은 없다. 이는 최근 2년여 동안 진행된 재래시장·상점가 상인들과 대형마트와의 싸움에서 이미 확인됐다.

때문에 핵심은 정부가 정책을 변화해 ‘룰’, 즉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형마트와 에스에스엠의 입점과 영업에 제한을 두는 방향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백성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자영업자들의 투쟁이 오래갈수록, 확산될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빨리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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