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사된 인천시 근대건축자산 중 하나
결국 철거…인천시, “기록화, 도면작업 진행”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시가 근대건축자산으로 지정한 오쿠다(奧田) 정미소 건물이 결국 철거됐다.

오쿠다정미소 건물이 철거된 장소. (사진제공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최근 동구 신일철공소 등 인천의 의미있는 근대유산 건축물이 헐려나가 시민들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철거는 반복됐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쿠다정미소 건물이 결국 철거됐다는 글과 함께 황량한 철거장소를 찍은 사진을 6일 게시했다. 관계자는 “정확한 철거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최근에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에 철거된 오쿠다정미소 건물은 인천지역 시민단체 46곳이 철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건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4월 6일 성명서를 발표해 “인천 중구 신흥동 1가 34-29와 34-34(인중로 108번길 8)에 20층짜리 오피스텔 동을 짓는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곳에 남아있는 인천 근대 산업·노동 유산인 붉은 벽돌의 오쿠다 정미소 건물들이 전면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중구 건축과 관계자는 “정확한 철거 날짜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철거신고처리 날짜는 3월 26일이다”라고 전했다. 철거신고처리 이후 3일이 지나면 철거가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과거 인천 중구 일대에는 정미소가 많이 들어섰다. 항구와 철로가 가깝고 일본으로 미곡을 운반하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가토(加藤) 정미소, 리키다케(力武) 정미소도 일제강점기 1930년대 중구 일대에서 운영됐던 정미소다.

특히 리키다케 정미소는 1931년 6월 5일 정미소에 근무하는 선미공을 중심으로 인천지역 정미소의 대규모 연대파업이 발생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당시 여성 선미공들은 남녀간 임금 차별과 임금 인하에 반대하고 수유 시간 제정 등을 요구했다.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에 필수적인 동일노동에 따른 동일임금 보장과 모성 보장 등을 요구한 것으로 일제강점기 여성운동사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오쿠다 정미소 또한 그 역사적 흐름 한가운데 있던 곳이다. 게다가 이 건물은 2014년 학계에서도 근대산업유산으로 가치가 높다는 사실이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안타깝다”가 주를 이루었다. “정말로 막을 방법이 없었나”라는 의견도 있었다.

시 건축계획과 관계자는 철거에 대해 “사진작업과 도면기록을 남겨 다음주나 다다음주 쯤에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는 4월 21일 ‘건축자산진흥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중구·동구 지역 옛 산업유산을 중심으로 한 건축자산 보전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기초조사한 건축물 목록 492개 중 보존·매입할 것을 추려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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