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육자료 1만7600여점, 학교 빈 교실 박혀있어 관리 절실
학예사 임기만료 후 충원 안해...담당 공무원 전문성 한계 있어
“기존 자료 관리 능사 아냐, 새로운 유물 수집·분석해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00년 넘는 인천교육 역사 자료가 빛을 보지 못한 채 방치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활발히 논의되던 교육박물관 건립 계획은 잊힌 지 오래다.

인천하이테크고등학교에 있는 인천교육사료보관소.

인천시교육청은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하이텍고등학교에 인천교육사료보관소를 운영하고 있다. 빈 교실 3개를 활용해 인천교육 역사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다. 기존에는 남동구 구월동 옛 만월초교 빈 교실에 있었으나, 그곳에 학생안전체험관이 생기면서 현재 자리로 이동했다.

1만7600여 점에 달하는 교육사 자료들이 현재는 창고에 쌓여있기만 한 상태다. 그나마 만월초교에 보관됐을 때는 임시 교육박물관 성격을 띠고 간이 전시실을 운영하기라도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도 시교육청 기록관리팀 소속 학예사에게 미리 신청해야만 볼 수 있어 일반인이 접하긴 쉽지 않았다. 자료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지난 1월 시교육청이 교육박물관 건립을 염두해 채용했던 학예사는 임기가 만료돼 그만뒀다. 사료를 전문적으로 다룰 인력이 없는 상황이며 관련 조직을 없앤 것과 마찬가지다. 시교육청은 기록관리팀 직원 2명을 교육사료 보관 담당 인력으로 배치해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성을 담보하기는 힘들다.

시교육청은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들을 종류별로 나눠 보관하고 목록을 전산화하는 등, 나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학예사는 보관·관리뿐 아니라 자료들을 구입·수집하고 분석까지 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일반 공무원들이 맡기에는 한계가 있고,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들을 보관·관리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김락기 박사는 “기록관리팀은 사료보다는 공적으로 생산되는 행정문서들을 보존하는 게 주요 업무다. 교육사료 전문 인력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교육박물관 계획이 미뤄졌다 하더라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나중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큰 낭비“라며 ”학예사 한 사람 인건비 아껴서 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하이테크고등학교에 있는 인천교육사료보관소.

국내 타 시·도에서는 대전시교육청이 1992년 최초로 한밭교육박물관을 삼성초교에 개관했다. 3만6928점에 달하는 유물을 자랑한다. 이후 제주·서울·충북·대구 순으로 각 교육청이 교육박물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1만7600여 점에 달하는 인천 유물은 1만3540점을 보관하고 있는 서울교육박물관보다 많은 수준이지만 부지선정과 예산을 문제로 인천교육박물관 건립은 거의 백지화된 상태다.

인천교육박물관 건립 사안은 지난 2013년 나근형 교육감 시절 활발히 논의가 이뤄져 예산까지 편성한 바 있으나, 입지와 재정문제 등으로 표류해왔다. 강화 길상초교가 먼저 제안됐으나 입지를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창영초교가 인천 최초 공립학교인 점을 기념하며 검토됐으나 학부모들의 반대 등으로 다시 무산됐다. 대신 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1년에 2번씩 교육역사기록전시회를 개최해 시민들에게 수집한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인천박물관을 추진할 때 건물 신축 등을 고려해 사업비가 100억 원 이상 책정했고,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번번이 반려당했다”며 “학교 신설도 허가가 잘 안 나는 데 교육박물관 허가가 났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교육시설을 활용하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대구 교육박물관은 새로 박물관을 지어 예산이 각각 38억 원과 97억 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폐교와 교육청 별관 건물 등을 활용해 예산을 크게 아꼈다. 대전은 7억7000만 원, 서울은 2억5000만 원, 충북은 6억 원을 들여 교육박물관을 짓고 교육 사료들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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