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위기지역 지정해도 사주 고용의지 없으면 무용지물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고용유지지원금 개선해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이 속출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공항 관련 항공ㆍ공항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7만6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인천공항공사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등이 인천시와 국회의원을 통해 확인한 유ㆍ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는 3월 27일 기준 2만5560명에 이른다.

공공운수노조는 항공사 지상조업사와 협력업체 노동자의 45%가 휴직이나 퇴직을 신청했고, 면세점과 음식업에 속한 노동자의 30%가 유ㆍ무급 휴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휴직이나 퇴직은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셧다운(shutdown, 일시적 부분 업무정지 상태)에 대비해 단계별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항 여객 수요가 감소하면서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무기한 무급휴직이 늘고 있으며, 무급휴직을 거부하면 업체들은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는 “이미 95% 이상이 무급휴직인 A항공사 지상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깜지’를 쓰는 지경이다. 회사는 항공편이 없으니 업무매뉴얼을 5장씩 쓰든지 그게 싫으면 나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무급휴직 100%를 달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 등은 2001년 개항 이후 간접고용 90%라는, 파악하기도 어려운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어왔다”며 “이번 고용위기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정부와 인천공항공사가 방치해온 ‘간접고용 천국’ 인천공항의 기저질환이 결합된 결과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의 위기는 협력업체에 속한 비정규직노동자의 무급휴직이나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노동자의 상당수는 청년이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 청년노동자 밀집지역인 중구 운서동 넙디마을은 공동화되고 있다. 월세조차 감당할 수 없어, 짐을 싸서 빠져나가고 있다.

그나마 인천시가 인천공항을 포함해 인천지역 고용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생계비 100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지원 대상은 무급휴직자와 특수고용직노동자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는 이러한 시 지원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더불어 고용유지지원금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영종특별지부를 4월 9일 발족했다. 인천공항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영종특별지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원 포인트 교섭’에 집중하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시의 지원을 환영한다면서도 “영종도에 실업대란이 사실상 시작했고, 향후 무급휴직자와 퇴직자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정부가 인천공항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고용과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고용유지 조치를 강조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과 대상도 지속적으로 높이고 확대했다. 입법예고한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은 중소기업도 우선지원대상 기업에 포함하게 했다”고 한 뒤, “하지만 인천공항에선 실직 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현행 고용유지지원금제도가 인천공항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한계와 허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공운수노조는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가 꼽은 한계와 허점은 크게 세 가지다.

공공운수노조는 첫 번째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사업주한테 기대야한다. 신청 당사자가 사업주라서, 사업주가 고용유지 의사가 없을 경우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을 강요하면 그만이다. 또한 자기부담률 10~25% 부담을 꺼리면 고용유지지원금제도는 무용지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로 “사업주의 지불 여력(현금 유동성)에 따라 고용위기가 가속화된다. 항공사의 지상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는 무급휴직을 통보하면서 ‘수당 지급 여력이 없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어렵다’고 했다”며 “항공편 급감으로 수익 발생이 어려울 경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의 전제조건인 휴업수당 지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범위가 지역별 또는 사업장별로 세분화돼있지 못한 점을 꼽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내 업체들은 규모가 크고 하나의 법인으로 국내 여러 지역과 다양한 부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같은 업체 다른 사업장에서 신규채용을 하면 해고 위기에 놓인 인천공항 노동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업주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와 기간 이상 무급휴직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또, 지원금 규모와 관련해 “매출 손실을 추산해 우선 지급한 뒤 나중에 실제 매출 손실을 따져 추가 지급이나 환급을 하자”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사업주나 노동자 지원이 지역별 또는 사업장별로 가능하게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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