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조차 없는 굶주림, 끼니를 걱정해야 할 상황
긴급재난지원 사각지대, 노숙인종합지원센터 필요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아직까지 확진자가 안 나와서 다행입니다. 오죽하면 건강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까요”

인천시와 국가가 코로나19 여파로 긴급재난지원 대책을 연일 발표하는 가운데, 지원책과 동떨어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숙인이다. 노숙인 지원기관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매일 노숙인들의 끼니를 챙기고 있다.

내일을 여는 집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매주 월요일 7시부터 부평역, 인천터미널역, 주안역 주변을 방문해 노숙인들에게 빵과 떡, 음료 등을 제공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유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진행되면서 무료급식소, 식사지원 봉사단체, 교회경로식당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월요일 야간에만 제공하는 식료품을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간에 제공하는 것이 추가했다.

식료품을 받기 위해 모인 노숙인들. 봉사자들이 2m 간격을 유지하게 줄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화요일, 내일을 여는 집은 오후 2시부터 식료품을 배부할 예정이었다. 약속장소인 부평역 광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고령의 노인들이거나 노숙인들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진행 중이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경찰들이 다가오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식료품 배부에 참가하는 봉사자들은 모여 있는 사람들이 서로 2m 간격을 유지할 수 있게 줄을 세웠다.

이준모 ‘내일을 여는 집’ 대표는 “원래는 노숙인 분들에게만 지원했는데, 지금은 쪽방이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노인분들에게도 식사를 할 수 있게 죽을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 식사지원 봉사단체, 교회 경로식당 등이 모두 문을 닫아서 노숙인이 아닌 분들도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빵과 떡이 든 봉투를 나눠주고 있다. 봉투에는 '코로나19 함께 극복합시다'라고 쓰여있다.

재난지원소득의 사각지대…노숙인종합지원센터 필요

이 대표는 재난지원소득을 언급하면서 노숙인들은 사실상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도 “노숙인 지원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난지원소득은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기준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거주지가 없다면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자활증진과 관계자는 “내일을 여는 집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비 1700만 원에서 1000만 원 가량 추경했다”며 “은혜의 집 경우, 한 층을 비워 새로 입소하는 사람들에 한해 2주 자가격리를 한 후, 증상이 없으면 입소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정책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건립이라고 말했다.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는 노숙인들 중에 확진자가 없다”며 “건강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전염병 유행 사태는 계속 발생할 텐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자활증진과 관계자도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건립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이나 경기도 수원 같은 경우가 잘 운영되고 있는 모범사례”라며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올해 직접 방문해보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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