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GM 편입은 산소호흡기일뿐…위협하는 상하이GM

급부상하는 중국 자동차산업과 중국시장

2007년 기준 세계 자동차시장의 지역별 생산비중은 일본ㆍ미국ㆍ중국 순이었으나, 2008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2위로 부상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으로 구성된 동북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생산은 무려 3310만대에 달한다. 이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북미에서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불황은 엄밀히 얘기하면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 불황에 기인한다. 즉,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세계 금융위기는 곧 세계 경제의 실물경제 불황으로 전이됐다.

GM대우의 파생상품 손실 2조원 규모와 크라이슬러의 파산, GM 파산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금융파생상품이다. 워렌버핏이 지적한 금융의 대량살상무기 파생상품은 여전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세계 자동차시장의 생산능력은 8700만대를 웃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자동차생산은 경기 불황으로 전년보다 2.9% 감소한 7148만대를 기록했으며, 이중 실제 판매대수는 6000여만 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산설비로만 보면 약 1700만대가 공급과잉이고 생산대수로만 따져도 1100만대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구조조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자동차업계 사이에 피 말리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당분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생산능력은 불황 속 구조조정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차이나 등)의 생산능력 확충은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자동차산업 전망 관련 보고서를 통해 세계 자동차시장의 과잉공급 능력은 2500만~3000만대 선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2008년 선진국에서 자동차 수요는 감소한 반면 브릭스의 수요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남미와 남아시아에서 신규 투자가 증가하고 중국이 500만대, 일본 300만대, 유럽에서 600만대 등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중국이 생산능력 뿐만 아니라 소비시장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2009년은 브릭스 중에서도 중국을 제외한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의 자동차 수요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 중국시장을 겨냥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모기업 GM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신설법인인 뉴GM으로 포함됐다고 GM대우의 미래가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다. GM대우의 미래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흐름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조망해야한다. 사진은 GM대우 부평공장 전경. <사진제공ㆍ부평구>
GM대우 위협하는 상하이GM과 연구소 PATAC

세계 자동차산업은 소형차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연구개발 능력과 생산능력에 의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위축되고 있는 소비시장과 달리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업계의 운명도 판가름 나게 돼있다.

GM대우의 미래 역시 이 같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흐름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조망해야한다. 모기업 GM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신설법인인 뉴GM으로 포함됐다고 GM대우의 미래가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다.

GM과 대우자동차의 질긴 악연(관련기사 2009.4.20. ‘GM, 대우차 인수한 뒤 뭐했지?’)에서 GM의 냉혹함을 엿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상 GM이 지금은 GM대우를 필요로 하지만 향후 중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발표를 보면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상하이GM의 준중형 승용차 ‘카이위에’였다. 카이위에는 출시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17만 5417대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이 모델은 GM대우가 2002년 출범 후 야심작으로 내놓은 ‘라세티’다. GM대우는 2003년 4월부터 CKD(반조립 수출) 형태로 중국에 라세티를 수출했다. 이를 상하이에 있는 GM의 아시아지역 연구센터인 PATAC에서 중국시장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한 뒤 상하이GM에서 조립 생산했다.

라세티는 이듬해 10만 2620대를 판매했고, 2007년에는 무려 19만 6742대를 판매했다. 이는 GM이 그해 중국에서 판매한 자동차의 약 20%에 해당한다. 덕분에 GM은 중국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상하이GM은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 중국 상하이GM 판매의 40%를 GM대우가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GM이 당장 GM대우를 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GM은 GM대우를 뉴GM에 편입시켜 당분간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토지와 노동은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이 제한돼있고 자본과 기술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소형차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GM의 입장에서는 임금을 고려했을 때, 미국보다는 한국이 경쟁력이 높고, 한국보다는 중국이 경쟁력이 높기에 이에 맞춘 경영전략을 수립할 것이 뻔하다.

우선 중국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GM과 상하이자동차의 합작사인 상하이GM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PATAC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어 GM대우에겐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GM대우가 예전에 GM에게 알짜배기였다면 이제는 상하이GM이 그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GM의 전략대로 가면 GM대우는 껍데기만 남게 돼”

그래서 중요한 것은 GM의 향후 전략에 대한 대응이다. GM의 세계 경영전략을 정확히 이해할 때 GM대우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GM의 경영전략은 거점별 연구개발 성과를 모아서 권역별(아시아ㆍ북미ㆍ유럽 등) 생산기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GM은 자회사인 한국의 GM대우에서 개발한 차량, 호주의 홀덴사에서 개발한 차량, 중국 상해의 PATAC에서 개발한 차량을 시장 수요와 특성에 맞춰 권역별 생산기지에서 생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

GM은 2008년 3월, 우즈베키스탄 국영자동차회사(우즈대우)와 합작회사형태로 GM우즈베키스탄을 설립해 타슈켄트와 안디잔에 조립생산 공장 2곳을 세워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생산능력은 약 25만대로 이곳에서는 주로 한국의 GM대우 부품을 받아 마티즈Ⅱ․씨에로․라세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대우차의 기술을 얻어 GM대우가 만든 준중형 세단 ‘라세티 프리미어’역시 현재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유럽과 미국에서도 만들어지게 돼있다. GM대우 한국 측 임원들조차 ‘GM대우가 GM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키우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GM대우가 아닌 GM의 글로벌 전략일 뿐이다.

GM이 자신들의 야심작이라고 밝혔던 소형 전기자동차인 시보레 볼트는 아예 미국에서만 생산된다. 즉, 이대로 가면 GM이 자신의 향후 미래라고 하는 소형차시장에서 GM대우의 설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미 GM은 마티즈의 후속 모델인 시보레 스파크(프로젝트명 M-300)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3년까지 5만 3000대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미 의회에 제출했다. 당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발했지만 결국은 지난 21일 GM과 잠정 합의했다.

올해 7월 GM대우 창원공장에서 양산될 M-300이 바로 시보레 스파크로 이는 당초 2011년에 미국에 수출하기로 돼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양산을 포기할 경우 GM대우노동조합과 경영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양산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GM이 GM대우를 핵심 역량으로 키울 것인가에 달렸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시장 역시 상당기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일한 탈출구는 중국시장이다. 이미 GM은 중국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일구고 있다. 때문에 GM은 GM대우보다 상하이GM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GM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해 생산 공장으로서 상하이GM과 상하이GM울링을, 연구소로 PATAC을 가지고 있다. GM은 중국 내 현재 10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2013년 20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PATAC의 기능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 관계자는 “2005년 GM대우가 부평공장을 인수할 당시 오늘날 사태를 예견했다. GM의 경영전략은 지금이나 그때나 똑 같다”며 “상하이GM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GM의 상하이 기술연구소인 PATAC의 역할이 커질수록 결국 GM대우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시장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GM도 상하이GM에 집착한다. 하지만 아직 상하이GM의 생산능력과 PATAC의 연구개발능력은 GM대우를 못 따라온다. GM도 그것을 잘 안다. 그래서 GM대우가 8조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안고 가는 것”이라며 “길어야 5년 짧으면 3년 안에 GM은 GM대우와 결별을 선언할 것이다. 그 기간은 상하이GM과 PATAC가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시간이고 그때까지는 GM대우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