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1월 초 부평구에 점용허가 연장 신청
대책위 “부평구, 주민들 의사 무시하는 셈”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부평구가 삼산동 특고압 문제와 관련한 한전의 녹지 점용허가를 이달 초 연장해준 사실이 알려져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력은 삼산동에 전력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 부평구로부터 녹지·하천·도로 점용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중 녹지와 도로 점용허가 기간이 올해 만료를 앞두고 있었고 대책위는 부평구가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점용허가를 반대해왔다.

부평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한전은 지난 11월 초 녹지 점용허가 연장을 신청했고, 구는 이달 중순 허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력구 같은 경우 영구시설이다 보니 기존 신청 내용과 달라질 게 없다. 예전에도 계속 연장허가를 해준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로과 관계자는 "12월 초 중으로 한전이 갱신허가를 신청할 것이다. 아마 점용허가가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는 56차 주민 촛불집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 대책위)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은옥 대책위원장은 "부평구가 주민들과 논의없이 한전에 점용허가를 내줬다"며 비판했다. 이어 "민ㆍ관대책위에서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사항인데 부평구가 주민들을 무시한 셈이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점용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6월 대책위가 개최한 특고압 문제 토론회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김종호 변호사는 “도로법상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시ㆍ군 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송전선로는 도시 외곽 공지에 설치할 것’과 ‘저밀도 지역에 설치하되, 인근 토지이용 현황을 고려할 것’ 등을 고려해 설치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삼산동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은 주거지역이 많아 34만5000V를 추가 매설하는 것은 관련 법령상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1999년 첫 매설(15만4000V) 당시 삼산동은 저밀도지역이라 해당 법에 저촉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른 시ㆍ도에서 주민 설명ㆍ의견수렴 부재 등으로 송전선로 건설 점용 허가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라며 “인천시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여러 사유를 들어 도로 점용 허가 등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6월 부천시는 중동 부천소방서 뒤 한마음 공원 내 전력구용 수직구 건설 점용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책위는 이처럼 부평구도 한전에 대한 점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부평구는 지난 9월 5일 진행한 ‘삼산동 특고압 제6차 민·관 대책위원회’에서 점용허가 취소 관련 검토결과를 발표했다. 구는 녹지점용과 관련해 “삼산동 완충녹지 전력구 매설 지역은 도시계획에 의한 전기공급 설비 시설로 결정된 지역이다. 녹지 점용허가 취소를 하려면 인천시의 도시계획시설 해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도로점용과 관련해서는 “도로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로점용허가 여부는 예상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책위가 우려하는 특고압 전자파 문제가 무시할 사안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인과관계와 피해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 허가신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천의 경우는 신규시설 설치와 관련한 점용허가를 취소한 것이라 삼산동과 다른 사안”이라 밝혔다.

한전은 전력구 설치를 위해 삼산동 총 10개소에 녹지점용 허가를 받았다. 점용면적은 총 2011㎡이다. 2008년 1월부터 시작한 점용허가는 3년 단위로 갱신돼 올해 만료 예정이었다. 도로점용허가의 경우 총면적은 1053㎡이며 지난 2008년 1월 시작했다. 허가 기간은 10년으로 지난 2018년부터는 1년 단위로 갱신해왔다. 하천점용 허가 만료일은 2023년 5월로 갱신여부가 논의되기엔 아직 멀었다.

한편, 삼산동 주민들은 지난 28일 특고압 문제 해결을 위한 56차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한전에 내준 점용허가와 관련해 12월 초 차준택 부평구청장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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