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9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조병창 강제징용 노동자의 사랑 이야기
현장 오케스트라, 뛰어난 연기와 가창력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1980년대 말, 인천 부평구 산곡동 어느 땅굴 안. 1945년 패망 후 일본군이 도망갈 때 값비싼 보물들을 묻고 갔다는 소문을 들은 보물사냥꾼들이 조병창 터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중 한 명인 ‘상현’이 우연히 땅굴 안에서 과거 조병창에서 일했다는 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곳 미군기지 땅굴에 숨어든 걸까? 노래와 함께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신대를 보낸다고 날마다 동네에 와서 젊은 여자들 이름을 적어갔어요. 직장에 다니면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조병창 의무과에서 일하게 됐어요. 조병창 공장에 가보니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아이도 많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어떤 아이가 옷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팔 하나가 떨어져서 온 적이 있었어요. 끔찍한 기억이에요. 그렇게 다치는 사람이 많았어요.”(15세 때 조병창 의무실에서 근무한 지영례 할머니 실제 증언 중)

일제강점기 부평에 세워진 무기 공장 ‘일본육군조병창’에서 일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언노운(UNKNOWN)’이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인천시 선정 ‘인천 대표 공연콘텐츠’로서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공연한 뮤지컬 ‘조병창’이 항일독립운동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면, 이번 뮤지컬 ‘언노운(UNKNOWN)’은 조병창을 배경으로 하지만 제목처럼 조병창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냈다.

뮤지컬 ‘조병창’에 이어 뮤지컬 ‘언노운’을 연출한 이화정 극단 아토 대표는 “일제강점기, 조선사람 모두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내고 있었을 그 때, 영웅들의 이야기 말고 무명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자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며 “독립운동가들 속에도, 조병창 강제징용 노동자들 속에도 여성은 있었다. 하지만 이름 없이 존재했고 잊혔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대에도 사랑은 있었고 지난한 삶은 이어졌다. 이화정 대표는 조병창 여성노동자 ‘필남’을 통해 이 시대 여성의 삶과 꿈을 담아내고자 했다. 사랑으로 서로 성장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

“처음으로 걸어보는 새로운 길 위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우린 걸어가네. 그 날이 올 때까진 알 수 없지만 우린 걸어가네.”(뮤지컬 ‘언노운’ 노래 중)

이렇게 뮤지컬 ‘언노운’은 무기를 만들던 조병창에서 피어난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일제강점기 인천이 겪은 아픔을 표현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힘을 빌려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극을 구성했다. 현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는 화려하고 강렬한 음악으로 독립군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표현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멜로디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개인의 사랑과 희망을 보여준다. 뮤지컬 전문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뮤지컬 ‘언노운’ 제작은 인천에서 활동하는 극단 아토가 이번 공연을 위해 설립한 (주)아트컴퍼니 언노운이 맡았다. 공연 주최ㆍ주관은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한다.

공연은 11월 7일부터 9일까지(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모두 세 차례 한다. 입장료는 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이다. 단, 인천시민은 30% 할인된 가격에, 단체(10명 이상)ㆍ장애인ㆍ노인(만65세 이상)ㆍ학생(대학생 포함)ㆍ예술인은 50%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다.

엔티켓과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학생단체 관람은 (주)아트컴퍼니 언노운( 010-4349-3680)에 별도 문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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