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천 평화ㆍ생태 섬을 거닐다 ①주문도ㆍ아차도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에는 강화도와 서해 5도 등을 비롯해 아름다운 섬이 168개나 있다. 하지만 이 섬들은 북한 접경지역이거나 접경지역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상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고 분쟁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섬들을 인천 청년들이 전문가와 함께 탐사하며 평화와 생태의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생겼다. 접경지역 섬 주민들의 생활과 분단의 현실을 기록해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청년들이 모였다.

인천시와 인천대학교 통일통합연구원이 주최한 ‘청년, 인천 평화와 생태 섬을 거닐다’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주문도ㆍ아차도 탐방이 10월 5~6일 진행됐다.

비가 내리는 5일 이른 아침 인천시교육청 앞에 집결한 탐사단은 버스를 타고 강화도로 가 외포리항에서 승선했다. 배는 약 2시간 뒤 볼음도와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에 도착했다.

탐사단이 주문도 해변에서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주문도가 있는 강화군 서도면 일원은 저어새 번식지로 유명하다. 이 저어새 번식지는 2000년에 강화갯벌과 함께 천연기념물 419호에 지정됐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멸종위기 종 1급으로, 먹이를 찾기 위해 큰 부리로 물속을 휘휘 젓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ㆍ대만ㆍ홍콩ㆍ인도차이나ㆍ베트남 등에서 겨울을 보내고 4~6월 강화도 등지에서 번식해 11월까지 지내다 떠난다.

탐사단은 짐을 내려놓기 위해 강화나들길 12코스인 주문도 길을 이용해 숙소까지 걸어갔는데, 도중에 수많은 철새를 만났다. 저어새 번식지인 만큼, 철새 떼가 저어새는 아닐까 짐작했지만, 망원경 관찰 결과 백로 떼였다.

아차도 꽂지해변.

탐사단은 주문도 앞장술ㆍ뒷장술ㆍ대빈창 해변을 방문해 갯벌 생태계를 관찰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너무 광활해 벌판 같다. 멀리 보이는 강화도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탐사단은 아차도를 방문하기 위해 주문도 선착장에 다시 들렀다. 아차도와 주문도 선착장은 직선거리로 500m 정도로 매우 가깝지만, 배를 이용해야 왕래할 수 있다.

아차도는 본래 주문도와 붙어 있었지만 천년을 묵은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하는 도중 임신한 여자를 보고 아차 하는 순간에 바다에 떨어져 그대로 섬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아차도에 도착한 탐사단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아차도는 주민 23가구, 41명이 사는 아주 작은 섬이다. 길을 걷다 언덕에만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차도 무인카페 내부.

아차도는 2016년에 ‘태극기마을’로 지정돼, 곳곳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볼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게양된 태극기들을 따라 걷다 보면 100년 세월을 버텨낸 아차도 교회와 무인카페가 보인다. 무인카페는 아차도의 명물이다. 음료ㆍ커피 등을 마신 뒤 알아서 현금으로 값을 지불하고 가면 된다.

무인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뒤 숙소가 있는 주문도로 돌아가기 위해 꽂지해변을 걸으며 선착장으로 향했다.

한옥양식으로 지은 주문도 서도중앙교회.
서도중앙교회 내부.

주문도로 다시 돌아온 탐사단은 마을 내부를 둘러봤다. 올해로 설립된 지 127년 된 서도중앙교회가 있다. 예배당을 한국의 미를 담아 한옥양식으로 지었다. 외양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기독교 정서가 조화롭게 잘 담겨있다.

주문도가 이렇게 한적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이유는 섬 특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함연길(67) 주문도리 이장은 “주문도에 연륙교가 생기면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문도는 백합조개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섬이 육지와 연결돼 외지인이 차를 타고 들어와 숙박도 안 하고 주민들의 생계 자원인 백합만 캐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동안 통제된 조업 수역이 열리길 기대했는데, 아직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과거에는 어업인들이 함박도 근처에 백합을 잡으러 갔다가 북측에 잡혔다가 풀려나는 일도 빈번했다”며 “주문도는 통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섬이다. 하루빨리 남북 관계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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